[분홍고래책갈피]앗!가을아저씨가할일을멈췄어요…나그네의선물

입력 2008-10-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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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운아다. 사계절을 모두 골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 문제로 인한 기후 변화로 계절은 점점 바뀌고 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봄과 가을이 짧게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은 마음을 참 아프게 한다. 가을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잃어버리면 큰일이다. 푸근하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가을. 높디높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 한 구절 떠올릴 수 있는 여유로운 계절이다. 그런데 만일, 가을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과연 어떨까?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나그네의 선물’(풀빛)에서 베일리 씨네 농장에는 웬일인지 가을이 오지 않는다. 어느 날 베일리 씨의 자동차에 치인 한 나그네가 이 집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나그네는 왠지 수상하다. 의사가 열을 재느라 체온계를 가져다 대면 수은이 바닥에 달라붙는다. 수프를 먹느라 입김을 불면 문틈으로 찬바람이 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이 남자의 정체를 눈치 채지 못했을 때, 마침내 이 남자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인지 알아차리게 된다. 이 남자가 온 뒤로 베일리 씨 농장만 마치 가을이 오다가 멈춘 것 마냥 나뭇잎이 초록빛으로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베일리 씨네 가족과 정들었던 나그네는 그들을 떠나 원래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다시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베일리 씨네 농장에는 멋진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나그네가 왔다가야만 가을이 되는 것이다. 계절이라는 추상적이고 커다란 주제를 한 사람으로, 나그네로 가정한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오늘 하루는 잠시 창밖을 내다보며 나그네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이 나그네가 벌써 우리 동네를 거쳐 갔을 것이다. 붉고 노오란 요술 파스텔을 손에 쥐고, 가을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주었을 지도 모른다. TIP (1)매년 가을, 베일리 씨네 집 서리 낀 창문 위에 글을 남긴 건 누구일까요? (2)여러분은 나그네의 정체를 어떤 단서들을 통해 알게 되었나요? (3)만일 봄과 여름, 겨울도 어떤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은 가을 나그네와 달리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요? 분홍고래모임 김 현 경 아마존 사람들을 수중도시로 이끌던 전설의 분홍고래처럼 아이들에게 고래보다 큰 꿈을 그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동작가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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