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꼬마경문’과만난김감독의추억여행

입력 2008-10-2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김경문 감독은 21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하루 전 한 ‘특별한’ 꼬마 팬을 만난 일을 떠올렸습니다. 김 감독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숙소를 나와 버스에 타고 출발하려는데 초등학교 5학년생 꼬마 두 명이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짓더라. 하도 귀여워 사인볼을 하나씩 나눠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그 중 한 아이의 이름이 ‘경문’이어서 나도 깜짝 놀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군요. 듣고 있던 취재진이 ‘그 아이가 나중에 크면 열렬한 야구팬이 되겠다’고 거들자 김 감독은 “확실히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로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 우리 야구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김 감독은 계속해서 자신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 한 토막을 덤으로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서영무 감독님(작고)과 캐치볼을 한 기억이 아직도 난다. 대구에 살던 때였는데 경북고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께서 친히 캐치볼을 받아주셨다”며 잠시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김경문이 ‘또 다른 경문’을 만났습니다. 우연치고는 참 기막힌 인연입니다. 그리고 40년 전 ‘꼬마 경문’은 한 노 감독과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의 실타래를 엮었습니다. 어쩌면 그 ‘꼬마 경문’은 지금처럼 프로야구 사령탑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을 수도 있겠죠. 프로야구 감독으로 성장하지 않은 ‘꼬마 경문’은 그래도 어딘가에서 마음속으로 야구에 대한 꿈을 간직했을지 모릅니다. 문득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대부분 보셨을 겁니다. 활동사진이 마냥 신기해 극장을 서성이던 꼬마 토토와 늘 푸근한 모습으로 그 코흘리개를 보듬어주던 알프레도 아저씨가 나오는 <시네마천국> 말입니다. 그 영화처럼 ‘꼬마 경문’은 지금 프로야구 감독까지 됐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경문’도 야구선수 또는 감독이 돼 우리 앞에 나타날 수도 있겠죠. ‘꿈’과 ‘인연’의 의미를 새삼 되새긴 하루였습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