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승부였지만 그래서 더 짜릿했다.
정규시즌 2위 두산이 4위 삼성을 꺾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를 3연승으로 꺾고 올라온 삼성도 두산의 ‘뚝심’은 당해내지 못했다.
○초반 시련은 뚝심으로 격파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시련을 맞았다. 개막과 동시에 연패 늪에 빠지면서 최하위로 처졌다. 하지만 5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번 이기기 시작한 두산은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2위까지 뛰어올랐다. 한화와 롯데의 거센 추격도 차례로 뿌리쳤다. 그리고 10월 2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뚝심은 두산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두산은 1차전을 먼저 잡고도 2차전과 3차전을 연이어 내주며 수세에 몰렸다.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4차전의 두산은 또 달랐다. 1회초부터 상대를 무섭게 몰아붙이며 흐름을 틀어쥐었고, 삼성 타선의 화력쇼도 잠재웠다.
결국 두산은 3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연패 징크스도 이번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발야구, 깜짝스타, 그리고 불펜
지난해 두산의 팀 컬러로 자리잡은 ‘발야구’는 올해 더 짙은 색을 냈다. 나란히 도루 2·3위에 오른 테이블세터 이종욱과 고영민이 한층 성숙해진 주루플레이로 상대팀을 교란시켰다.
이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선수들이 ‘무조건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무장했다.
게다가 ‘괴물’로 성장한 김현수가 중심타선을 지켰다. 3번에 포진한 그는 타율 0.357로 타격왕에 올랐고, 4번 김동주 앞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재우, 임태훈 등 선발진의 부진을 메운 불펜 투수들의 분투도 눈물겨웠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승리로 이끈 공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빠른 발, 깜짝 스타, 그리고 불펜. 두산은 1차전부터 빠른 발로 삼성 배터리를 괴롭혔다.
여기에 ‘폭주기관차’ 오재원이 가세했다. 김경문 감독이 일찌감치 ‘다크호스’로 꼽은 오재원은 빠른 발과 5할에 육박하는 맹타로 플레이오프의 간판이 됐다.
전직 마무리 정재훈은 중간에서 4승 중 3승을 책임졌고, 이재우와 임태훈도 선발들이 남겨놓은 이닝을 먹어치웠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