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계기로본닮은꼴트레이드]궁하면선수팔아현금챙기더라

입력 2008-1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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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승인여부’ 등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지만 히어로즈의 ‘장원삼 30억원 트레이드’는 모기업 어려움으로 선수들을 내다팔아 힘겹게 연명하던 과거 쌍방울과 해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현 SK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1997년 말, 쌍방울은 금융위기 속에서 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선수 팔기’에 나섰고, 첫 시도가 11월 15일 박경완 트레이드였다. 98년 시즌 운영비를 걱정하던 쌍방울은 현대에 내야수 이근엽, 포수 김형남에 9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박경완을 내줬다. 98년 시즌 중에도 쌍방울의 현금 트레이드는 계속됐다. 7월 31일,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왼손 투수 조규제를 현대로 보내면서 또다시 6억원을 챙겼다. 선수 팔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2월 25일, ‘성탄절’에 터진 대형뉴스는 선수 장사의 극치였다. 쌍방울은 당시나 지금이나 가장 ‘큰 손’이었던 삼성에 팀 간판타자인 김기태와 잠수함 투수 김현욱을 내주며 대신 포수 양용모와 외야수 이계성에 현금 20억원을 받았다. ‘트레이드 머니 20억원’은 이번 30억원 트레이드 이전까지 역대 최고 금액이었다. 간판 선수를 줄줄이 팔아먹으면서도 극심한 자금난을 면치 못했던 쌍방울은 99년 28승7무97패, 역대 최저 승률인 0.224를 마크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쌍방울은 그 해 말 KBO 관리체제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음해 신인 2차 1번으로 지명했던 대전고 출신 마일영의 지명권을 현대에 양도하며 현금 5억원을 넘겨받기도 했다. KIA의 전신인 해태 역시 한국시리즈 9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일궈냈던 1997년 말, 조계현을 4억원에 삼성에 현금 트레이드했다. 당시 해태 김응룡 감독은 이순철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팀 체질개선을 단행했는데 조계현 트레이드 역시 이같은 맥락도 있었지만 ‘돈이 궁했던’ 해태 입장에서는 현금 확보 차원의 성격도 짙었다.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는 장원삼 트레이드가 “쌍방울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센테니얼이 걸어온 길과 현재 처지를 보면 쌍방울과 히어로즈가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게 사실. 제2, 제3의 장원삼이 나올 가능성이 아직도 크기 때문이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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