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울산이진호“세번의우승‘산증인’이되고싶다”

입력 2008-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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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울산 현대에서 뛰던 김병지 선생님이 챔프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는데 당시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9년이 지나 2005년 울산 현대가 우승할 때도 제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관중이 아니라 선수로 말이죠. 우승컵을 들고 있을 때 컵에 비친 내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사실 2005년에는 군 입대로 챔프전에 뛸 수 없었습니다. 11월 20일 성남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2-1로 이겼지만 저는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4강전 이후 논산훈련소로 갔는데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새끼발가락 피로골절에 쇄골까지 부어올랐습니다. 그런 상태로 골은 넣었지만 군사훈련은 못 받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신체검사에서 탈락해 다시 팀으로 왔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챔프전 1차전은 뛰지 못했지만 2차전은 뛰었고, 우리가 우승했습니다. 경기 후 우승 파티를 즐겼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훈련소 앞 이발소에서 머리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우승 감격을 누릴 틈이 없었습니다. 이제 3번째 우승을 향해 달립니다. 선수들과 프런트를 통틀어 울산이 2번 정상에 설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얼마 없는 것 같습니다. 김현석 코치님 등 몇 분 안 남았으니까요. 그 중에 한명이 접니다. 3번째 정상 등극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팀 분위기도 좋고, 가장 어려운 상대인 포항에 이겨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번 시즌 우승 트로피가 더 좋아졌다는데 또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안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울산으로 이사 왔지만 저에게는 울산이 진정한 고향입니다. 울산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울산을 대표하는 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2005년 PO에서는 너무 어려 정신없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유도 생겼고, 어떻게 해야 팀을 승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준PO 상대 전북전은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입니다. 워낙 안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경기 도중 싸운 기억도 있습니다. 거친 경기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안방에서 전북을 확실하게 밟아 주겠습니다. 울산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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