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前성남감독‘범의눈물’

입력 2008-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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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아닌선수들지켜주지못해미안할뿐”
“그때 눈물은 설움 아닌, 아쉬움이죠. 애들을 지켜주지 못한….” 27일 밤 탄천종합운동장 옆 체육회관 7층 감독실. 사퇴 기자회견 때 입었던 양복을 벗고, 편한 차림으로 소파에 앉은 김학범(48·사진) 전 성남 감독은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그의 휴대폰은 내내 벨이 울렸고, 문자 메시지가 수 십여 통 도착했지만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10년 2개월의 긴 시간을 보낸 정든 팀을 떠나 ‘야인’의 길에 들어선 김 감독은 당분간 ‘전(前) 사령탑’이란 표현이 익숙치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약 없는 미래에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진짜 벤치로 돌아올 수 있을까. 기회는 언제 주어질까. 애써 느긋하게 “연수도 가고, 그간 못했던 공부를 좀 더 하면 기회야 언제든 찾아오겠지”라고 했지만, 입술은 가늘게 떨렸다. 회견장에서 보인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 “이해할지 모르지만 설움은 전혀 없어. 성적 부진도 아니고. 코치 시절, 차경복 감독님을 도와 K리그를 3연패했고, 2005년부터 바통을 잡아 매년 좋은 성과를 올렸어요.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도 나쁘지 않은데요.” 다만, 배를 이끈 선장으로서 함께 한 선원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순풍이나 격랑 때나 함께 하며 여태까지 왔는데, 내년 시즌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쓰리다고 말했다. “우리 애들이 무슨 죄야. 팀을 항구까지 도착시키지 못한 내 잘못이지. (이)동국이도 그래요. 좀 더 잘 조련할 걸 하는 회한이 남더라고.” “이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지. 좋은 아빠 소리도 듣고.” 감독실을 나서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온갖 축구 관련 서적과 축구 경기가 담긴 DVD 영상자료, 분석용 비디오들이었다. 역시 ‘공부하는 지도자’의 서재는 달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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