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들시집살이힘드네요

입력 2008-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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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성격이 깔끔하고 세심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너무 우스운 건, 남편의 그런 성격을 제 아들이 그대∼로 닮았다는 겁니다. 저희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청소를 해주겠다고 그랬습니다. 거실 청소를 한다면서 한참동안 청소기를 끌고 다녔는데, 조금 있다가 청소기를 끄고 갑자기 소파를 미는 겁니다. 제가 “너 뭐해? 왜 갑자기 소파를 밀어?” 하니까 “소파 밑에 먼지까지 구석구석 빨아들이려고요∼” 이러면서 땀까지 흘리며 낑낑거리고 있었습니다. 남편도 청소시키면 꼭 소파부터 밀던데, 어쩌면 부자가 하는 짓이 똑같은지, 이래서 피는 못 속이나보다 했습니다.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엄마가 덜렁거리고 실수가 많다는 걸 알았는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숙제로 털실 목도리를 뜨고 있었는데, 제가 대신 해주겠다고 달라고 해도, 얘가 주지를 않는 겁니다. 그 날 저녁, 남편이 아들 하는 걸 보더니 “야! 너 지금 뭐해? 왜 니가 그런 걸 하고 있어?” 하더라고요. 아들이 “저 지금 숙제하는데요” 하니까 “학교에서 뭐 그런 걸 숙제로 내? 그거 꼭 네가 직접 해야 돼” 이러면서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그러자 아들이 “엄마 솜씨는 못 믿겠어요. 엄마가 원래 뜨개질이나 바느질처럼 세심한 건 잘 못 하시잖아요. 제가 그냥 할래요” 이랬습니다. 남편이 천장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더니 “야 그럼 내놔. 아빠가 해 줄게. 이 녀석아 넌 이런 거 하지 말고 들어가 공부나 해” 이러면서 아들이 앉은 의자에 똑같이 앉아서, 뜨개질을 하는데 뜨개질은 또 언제 배웠는지 아주 잘 했습니다. 제 아들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됐는데, 요즘은 아빠를 너무 많이 닮아서, 제가 다 피곤할 지경입니다. 얼마 전 저녁 8시쯤, 옆집에서 엄마들이 모인다고, 커피 마시러 오라고 전화가 왔는데 마침 그 날 남편도 일찍 퇴근해서 집에 있었습니다. 저는 바쁜 일도 없어서 남편한테 얘기하고 얼른 옆집으로 갔습니다. 한참 수다 떨고 있는데, ‘엄마 지금 어디세요?’ 하고 문자가 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들이 학원에서 집에 왔을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줌마들하고 얘기 중이야. 좀 있다 들어갈게, 숙제하고 있어’ 하고 보냈는데 ‘엄마 웬만하면 지금 빨리 들어오세요’ 하고 문자가 또 오는 겁니다. 신혼 때 제 남편도 제가 조금만 늦는다고 하면 빨리 오라고 재촉을 했는데, 아들도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들어오라고 하든 말든, 답장도 안 보내고, 제 마음대로 11시까지 있었습니다. 느지막이 집에 들어가니 눈치가 보였습니다. 아파트 앞까지 나가서 토스트 두 개 사고, 그리고 조용히 집으로 들어가니 아들이 절 보자마자 “엄마 지금 몇 시예요? 제가 아까 들어오라고 그랬는데, 왜 이제 오세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이러는 겁니다. 전 “엄마가 아줌마들하고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긴 뭘 걱정해”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튼 엄마 땜에 못 살아요” 하고 씩씩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그냥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토스트를 접시에 담아 아들 방으로 갔습니다. “알았어∼ 아들∼ 엄마가 다음엔 안 늦을게∼ 엄마가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닌데 한번만 봐 줘라” 하면서 살살 달랬더니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닮을 거면 무던하고 털털한 내 성격을 닮을 일이지, 어쩌자고 깔끔하고 속 좁은 남편 성격을 닮았는지… 아빠를 닮아도 너무 닮은 아들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입니다. 대전 서구|김미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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