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어이쿠, 방 안이 온통 술병으로 가득하네.
새라 :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될 정도로 날마다 술을 퍼마셨으니 몸이 배겨나겠어?
닉: 그나저나, 왜 이렇게 퍼 마신 걸까? 이유라도 있나?
새라 : 글쎄…… 작년에 사귀던 여자한테 채였는데, 별로 안 좋게 끝났나봐.
주위 사람들 말로는 그때 일을 잊고 싶어서 술에 손을 댔다는 것 같아.
반장 : 아주 안 좋은 방법을 선택했군.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텐데.
닉 : 음…… 그런가요?
뭔가 안 좋은 일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긴 한데.
반장: 도쿄 대학에서 쥐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인데, 술을 마시면 오히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간다는 거야.
새라 : 정말로 역효과네요?
반장 : 연구팀에서는 실험대상 쥐한테 공포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자극을
줬는데 그 결과 쥐들이 경직되거나 웅크린 자세로 꼼짝도 안 하는
공포감에 빠졌어. 그 다음에 한 그룹에게는 알코올을 투여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식염수를 투입했어.
닉 : 그럼 알코올을 투입한 쥐가 더 공포감이 오래 갔나 보군요?
반장 : 그렇지.
알코올을 투여한 집단 쪽이 경직현상이 두 주 동안이나 더 지속
된 거야.
새라 : 그렇다면 피해자는 잊기 위해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나쁜 기억이 더 되살아나고, 그래서 잊기 위해서 더 많은 술을 마
시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됐을 것 같네요.
반장 : 그렇겠지?
사람이란 생각해보면 나약한 존재라서 안 좋은 기억이나 경험을
뭔가에 의지해서 잊으려고 하는 법이지. 하지만 억지로 잊으려고
하기보다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편이 더 빨리 잊는 방법이 아닐까?
닉 : 저도 가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한 잔 하면서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네요.
반장 : 잘 생각했어.
자네는 술 마시면 안 좋은 기억이 아니라 출근시간을 잊어버리잖아!
제발 술 먹고 지각 좀 하지 말라고!
수사결과
피해자는 실연당한 기억을 잊기 위해서 술에 손을 댔지만 오히려 안 좋은 기억을 증폭시키면서 점점 음주량이 늘어나서 결국 알코올 과다 복용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됨.
Who? 잡학수사대
[반장] 믿거나 말거나 모든 분야의 지식에 정통한 잡학수사대의 리더. 혼자 수사해도 되는데 도움 하나 안 되는 부하를 둘이나 거느리고 있다.
[사라] 성격 괄괄한 잡학수사대 여성수사관. 앙숙인 닉이 사고를 쳐서 반장에게 야단맞는 걸 즐긴다. 실패한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다.
[닉] 무개념 사고뭉치인 잡학수사대 남성수사관. 헌칠한 미남형이지만 정력이 약해 괴롭다. 몸에 좋다면 심지어 증거물을 먹어치우기까지 한다.
콘텐츠 제공 : 별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