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영원한 맞수 현대캐피탈에 패했다.
하지만, 단순한 패배로만 치부하기에는 얻은 것이 많다.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10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08~2009 V-리그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블로킹의 우위를 앞세운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1-3(22-25 23-25 25-15 23-25)으로 무너졌다.
지난 6일 신협상무전 충격의 패배 후 2연패를 당한 삼성화재(10승5패)는 선두 현대캐피탈(13승2패)과의 격차가 3게임으로 벌어졌다. 호시탐탐 선두 자리를 노리던 삼성화재는 오히려 3위 대한항공 점보스(9승5패)에게 반 게임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의 표정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 만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신 감독은 패배의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날 경기를 통해 삼성화재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안젤코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신 감독은 세트스코어 0-2로 뒤진 상황에서 안젤코를 빼고 3세트를 치렀지만 오히려 조직력이 살아나며 25-15 완승을 거뒀다. 안젤코가 뒤늦게 투입된 4세트에서도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다.
상대팀 박철우가 ″안젤코가 빠지면서 삼성 선수들이 의기투합했다. 플레이가 더 다양해져서 오히려 당황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삼성화재는 이 날만큼은 안젤코의 팀이 아니었다.
신 감독은 ″안젤코가 있을 때에는 선수들이 너무 안젤코를 의식해 플레이를 한다. 안젤코가 없이 세트 플레이를 하면서 그 속으로 안젤코를 끌어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젤코도 바깥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고 전했다.
두 번째 수확은 이용택의 가능성이다. 프로 2년차 이용택은 그동안 선배들에게 밀려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이 날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세트부터 경기에 나선 이용택은 팀 최다인 17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다. 공격성공률도 70%(69.57%)에 육박했다.
신 감독 역시 ″오늘 용택이 하나 건졌다. 용택이는 좀 키우려고 개인연습도 많이 시키고 있다. 오늘 경기가 용택이에게 자신감이 붙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용택이도 이 경기를 통해 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터 최태웅이 살아난 점도 긍정적인 부분 중에 하나다. 신 감독은 ″태웅이가 최근 2~3게임 동안 리듬을 찾지 못해 본인도 나도 힘들었다. 정규리그를 치르다보면 2~3번의 기복이 있다″며 ″오늘 태웅이가 그 감을 찾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젤코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삼성화재는 이 날 경기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삼성화재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들을 얻으며 지불한 수강료 ′1패′는 비싼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천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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