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안탈리아에세이]민영기“코치했으면이자리없죠”

입력 2009-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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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2일 김포공항. 민영기(33)는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1999년 울산에 입단해 7시즌(상무 제외)을 K리그에서 뛰며 원정경기가 있을 때마다 찾았던 부산이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새로웠을 겁니다. 민영기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164경기 출전 1골·1도움의 기록을 뒤로한 채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당시 소속 팀이었던 대전에서 모 중학교 코치 자리를 알아봐줘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제 2의 인생을 준비 중이었죠. ‘겨울 동계훈련-시즌 시작-시즌 마무리-다시 겨울 동계훈련’이라는 쳇바퀴와 같은 삶에서 벗어나 두 달 간 쉬고 있을 때 지인에게서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하고 있다. 테스트 제의가 들어왔는데 받아볼 생각이 있느냐.’ 짧은 시간에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부산에서 테스트를 받겠다고 결심하면 코치로는 갈 수 없었고, 그렇다고 테스트에 붙는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죠.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만류했습니다. “네가 나이가 몇 살인데, 더구나 지난 시즌에도 23경기를 뛰며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인데 무슨 테스트냐.” 특히 서울에 계신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러나 민영기는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합니다. 1월 22일부터 5일 간 부산 팀 훈련에 합류해 테스트를 받기로 결심한거죠. 단 5일 만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은 참 잔인한 일입니다.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그도 연습경기에 앞서 함께 발을 맞출 후배들에게 “운동을 잠시 쉬었다. 많이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어느 때보다 말을 많이 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이 가진 기량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민영기는 예정된 5일이 아닌 딱 45분만 뛰고 부산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습니다. “동료들이 잘 도와준 덕이다”고 겸손해했지만 기본적인 기량이나 노련미, 성실함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다시 익숙해진 삶에 가끔 나태해지는 자신을 볼 때면 은퇴를 결심하고 프로선수가 아닌 일반인으로 살았던 두 달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가 얼마나 축구를 더 하고 싶었는지 쉬는 그 두 달 동안 정말 뼈저리게 느꼈죠. 그 때를 떠올리면 잠시라도 쉬고 있을 수가 없네요.” 안탈리아(터키)|윤태석 기자 spor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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