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vs퍼거슨…EPL벤치의지존은누구?

입력 2009-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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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승부엔히딩크!장기전엔퍼거슨!“권위도전땐가차없이채찍”…불멸의카리스마닮은꼴
퍼거슨 : 경험 관록 우위…상대 강-약점 잘 알아 EPL선 유리 히딩크 : 여러 팀 맡은 단기전 마법사…동물적 직감 독보적 《치열한 경쟁 세계에는 라이벌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1등의 영예는 단 한 명에게 주어질 뿐이다. 이는 축구계도 마찬가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탄생했다. 선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첼시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대결. 첼시를 지휘한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으로 떠나며 한동안 잠잠했던 벤치의 지존 경쟁이 히딩크의 투입으로 다시 뜨거워지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도 잉글랜드로 쏠린다.》 ○‘EPL 지존’ 퍼거슨, 경험을 무시하지 마! 맨유와 첼시. EPL 판세를 양분하고 있는 최고의 클럽이다. 최근 맨유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첼시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블루 군단’의 막판 저력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특히 ‘최강 승부사’로 통하는 히딩크가 부임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령탑 간의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그간의 판세를 볼 때 EPL은 경험과 관록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전문가 그룹이 수십 년간 맨유 지휘봉을 잡아온 퍼거슨의 승리를 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퍼거슨은 EPL 내 최장수 감독이다. 반면 히딩크는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시절을 보낸다. 감각적으로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캐낼 수 있는 퍼거슨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갓 부임한 히딩크는 모든 상대를 DVD 등 다른 루트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일단 리그는 퍼거슨이 유리하다. 양 팀은 올 시즌 매치업을 모두 마친 상황. 히딩크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고 하나 26라운드까지 끝난 현 시점에서 각각 승점 62(맨유)와 52(첼시)로 무려 10점 차이가 난다. 맨유가 연패에 빠지는 등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첼시의 우승은 어려운 상황이다. ○단판 승부? 히딩크가 우위? 비록 리그 우승은 어렵게 됐지만 여전히 첼시에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다. 단판 토너먼트 승부로 펼쳐질 축구협회(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이번은 아니지만 차기 라운드 대진 추첨에 따라 맞대결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퍼거슨과 히딩크 모두 챔스 16강에서 부담스러운 이탈리아 클럽을 만났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25일 새벽 1차전)과, 첼시는 유벤투스(26일 새벽 1차전)를 상대하게 된 가운데 두 사령탑 모두 승리를 자신한다. “조별리그에서 거친 파울을 범한 루니는 피치에 설 자격이 없다”고 독설을 내뿜은 무리뉴에 맞서 퍼거슨은 “인터 밀란과 만나고 싶지 않았으나 승리는 결국 우리의 것”이라고 호언했다. 히딩크도 “첼시는 당연히 올 시즌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다짐한다. 사실 단판 승부는 한 팀에 오랜 시간을 보낸 퍼거슨보다 수많은 팀을 맡아 최강의 성과를 일궈내는‘단기전 마법사’로서 명성을 떨친 히딩크가 유리할 전망. 그는 98프랑스월드컵과 2002한·일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한국을 4강에 올려놓고, 2006독일월드컵에선 호주의 16강행을 이뤘고 작년 유럽선수권에선 러시아를 4강에 진입시켰다. ○‘불멸의 카리스마’는 누가? 히딩크와 퍼거슨을 거론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카리스마’이다. 이들만의 독특하고도 탁월한 선수 장악 능력은 전술 구상 등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질서에 반발하면 가차 없이 채찍을 꺼내든다. 세계적인 스타들도 히딩크와 퍼거슨 앞에서는 ‘얌전한 고양이’에 불과하다. 몇 가지 일화가 이들의 카리스마를 설명한다. 히딩크는 2002월드컵을 앞두고 주장 홍명보는 물론, 안정환과 이천수 등 유명세를 탄 선수들을 길들이기 위해 ‘주전 제외’ 및 ‘교체’라는 다양한 카드를 활용해 긍정의 위기감을 심어줬다. 또 해프닝으로 끝난 최용수의 항명 사태가 불거졌을 때는 취재기자를 향한 도발적 언행으로 내부 결속을 다졌다. 퍼거슨도 마찬가지. ‘헤어 드라이기’란 닉네임을 얻은 퍼거슨은 경기 내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데이빗 베컴을 향해 축구화를 내차는 행동으로 선수들에게 ‘무언의 경고 메시지’를 던져 자신의 위상을 지켜냈다. ○ ‘두 감독이 모두 존경스러운’ 박지성 박지성은 두 사령탑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2002년 이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히딩크와 한솥밥을 먹은 박지성은 2005년 맨유로 이적한 뒤에도 종종 문자 메시지나 전화통화를 주고받는 등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박지성은 23일(한국시간) 현지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경력 등 필드 안팎의 모든 면에서 히딩크 감독을 존경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퍼거슨도 박지성의 인생에 큰 획을 그어준 인물이다. 때론 주요 경기를 앞두고 박지성을 명단에서 빼는 과감한(?) 결단으로 국내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하는 퍼거슨은 박지성을 향해 “득점력만 조금 더 높이면 바랄 게 없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박지성도 “히딩크가 나를 ‘키워낸’ 분이라면 퍼거슨은 ‘성장시킨’ 분”이라고 말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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