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살가워진호랑이아버지…세월이준선물인가봐

입력 2009-04-10 21:29:3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저희 친정아버지께서는 젊으셨을 때 무척이나 엄하고 무뚝뚝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세월은 모든 걸 바꿔 놓았습니다. 그렇게 무섭고 엄하던 아버지께서 언제부턴가 저희 엄마에게 고분고분해지셨고, 살가워지기 시작하신 겁니다. 제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정에 가게 됐는데, 저녁을 다 드시고 저희 아버지가 밥상을 들고 치우시는 겁니다. 저희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계셨고 아버지가 상을 다 들어주셨습니다. 아마 제 생애 처음 보는 일이었을 겁니다. 저는 상을 들어 주시는 아버지 모습에 얼떨떨하면서도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하고 고무장갑을 끼는데, 아버지께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셨습니다. 손수 커피믹스 포장을 찢어, 커피 물을 받아, 수저로 휘휘 저으며 방으로 들고 들어가시 는 겁니다. 설거지 마치고 방에 들어가 봤더니, 그 커피를 세상에나 저희 엄마가 드셨습니다. 제가 호들갑스럽게 “어머∼ 엄마, 아버지가 웬일이에요? 엄마한테 커피도 다 타다주시고?” 하자 엄마께서 “아버지가 커피만 타다 주는 줄 아냐? 너 시집간 뒤로는 가끔 밥도 해 준다” 하시며 웃으시는 겁니다. 젊었을 적엔 그 많은 식구들의 밥이며 국이며 가득 든 무거운 상은 저희 아버지 단 한번 들어주시지 않았는데, 엄마가 저 결혼하고 몇 달 뒤 무릎관절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거 보시더니 많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 엄마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도, 병원 사람들이 저희 아버지 보고 그렇게 칭찬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저녁에도 집에 안 가시고 간이침대 펴서 엄마 옆에서 주무시고, 엄마를 극진히 간호해주셨습니다. 그거 보고 같은 병실 쓰시는 아주머니들이 “당신도 좀 보고 배워 봐요. 마누라 아프다고 해도 술 먹느라 오지도 않는 당신보다 얼마나 자상하고 좋은가!!” 하면서 구박을 하셨다네요.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한없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저희 아버지가 요즘은 조금씩 편해집니다. 그래서 괜히 실없는 농담도 하고 괜히 아버지를 놀리기도 한답니다. 요새는 저희 엄마를 얼마나 아껴 주시나 모릅니다. 요즘도 친정 갈 때마다 아버지가 엄마를 위해 뭔가 해주시는 모습을 꼭 보게 되곤 합니다. 두 분이 알콩달콩 사시는 모습 보면 마음이 놓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 때문에 우리 엄마 많이 외로우시겠다 했는데, 아버지께서 자상하게 변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두 분 젊어서 못 나눈 행복을 지금 만끽하시면서 재미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시면서 알콩달콩 백년해로하시길 바랍니다. 대전 대덕|이호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