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5할타율·홈런펑펑…“현수좀말려줘”

입력 2009-04-10 23: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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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21)는 10일 잠실 LG전 직전까지 타격·최다안타·출루율·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시즌 초반부터 너무 잘 치는 것 아니냐”고 슬쩍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이제 다섯 경기 했는데요, 뭘.” 하지만 여섯 번째 경기가 끝난 후, 김현수는 공동 2위에 올랐다. 두산이 4-0으로 앞선 6회초. 김현수가 선두타자로 나섰다. 그리고 LG 선발 정재복의 3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 스탠드 한가운데 꽂힌 이 홈런의 비거리는 125m. 순도 100%의 시즌 3호포였다. 이로써 김현수는 한화 김태균, 히어로즈 브룸바, 팀 동료 최준석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과 나란히 홈런 공동 2위를 이뤘다. 장타율은 이들을 훌쩍 뛰어넘는 1.217이다. 멀리만 보내는 게 아니다. 김현수는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해 시즌 타율을 0.565까지 끌어올렸다. 득점(7점)과 타점(7점)은 각각 공동 1위와 공동 2위. 벌써 안타 13개를 쳤으니 경기 평균 2개가 넘는다. 지난 시즌부터 38연속경기 출루도 이어가고 있다. 아무리 최연소 타격왕에 올랐던 김현수라고 해도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이다. “타구에 힘을 싣는 법을 알게 됐다”면서 “여전히 컨택트 스윙을 한다”고도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파워를 갖춘 중장거리 타자로 거듭나기 위해 겨우내 흘려온 김현수의 땀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만난 선배 김태균에게는 배트 손잡이 부분을 두껍게 테이프로 감싸는 법을 배워와 쏠쏠하게 응용하고 있다. 낙천적인 성격도 도움이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극도의 부진으로 눈물 흘렸지만 금세 털고 일어났다. 김경문 감독은 “안 좋았던 기억은 금세 잊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시즌까지 변함없이 잘 해주고 있다. 단순한 성격이 이럴 땐 좋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점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나쁜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는 ‘괴물타자’ 김현수. 그의 진화를 지켜보는 일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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