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할머니과일가게’재수좋은첫손님

입력 2009-04-12 2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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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정류장 옆에서 장사하시는 과일장수 할머니와 잡곡장수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두 분은 열변을 토하셨는데, 뭣 때문에 저렇게 목에 힘을 줘가며 말씀하시나 들어봤더니 잡곡 할머니께서 먼저 그러셨습니다. 아침에 첫 손님이 가격만 물어보고 물건을 사지 않고 가면, 그날 하루 종일은 재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과일 할머니께선 “아, 물건값이 얼만지 물어봐야 사든가 말든가 허재∼ 가격 물어본다고 다 사가는겨? 사는 사람 생각한 가격이랑 물건값이랑 맞아야 사는 것이재” 라고 받아치셨습니다. 그렇게 두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버스 타고 친구 만나러 갔는데요, 아마도 이 때의 일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난 주말, 제사 준비하는데, 과일을 사려고 하니까 그 때 버스정류장에서 만났던 과일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같이 장을 보러 나온 남편에게 나만 따라오라고 하고 과일장수 할머니께 갔습니다. 할머니는 과일을 앞에 두고 손님은 없었습니다. 그 때가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왠지 개시를 안 하셨을 것 같았습니다. 전 할머니께 “할머니, 개시 안 했을 때 과일 값만 물어보고 안 사고 가도, 화 안 내신다고 약속하셨죠?”하고 말하자, 할머니께선 똑같이 “그럼∼ 화를 내긴 왜 내는가? 가격을 알아야 과일을 사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할머니, 저 기억 안 나세요? 지난번에 여기서 버스 기다리다가 같이 얘기하던 사람인데 그 때 할머니께서 가격만 물어봐도 된다고 하셔서 오늘은 과일 사러 왔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기억난다고 하시더니, 어떤 과일이 필요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전 제사상에 올릴 과일들과 애들이 먹고 싶다던 딸기와 오렌지를 골랐습니다. 한 상자 정도 되는 양을 샀더니 할머니께선 무척 좋아하시면서, 깎아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가격을 깎아주시고 과일도 얹어주셨습니다. 저와 남편은 고마워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옆에서 잡곡을 팔던 그 때 그 할머니께서 부러운 눈으로 과일 할머니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오늘 아침 재수 보는구마잉∼ 개시를 이렇게나 많이 했응께, 오늘은 하루종일 장사도 잘 되고 재수가 많겠구마잉”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사 봐야, 과일 값이 5∼6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분 좋아하시는 그 할머니 표정을 보니까, 제가 무슨 착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날은 즐거운 마음으로 제사음식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친절한 과일장수 할머니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과일도 많이 파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앞으로 손님 데리고 자주 가겠습니다. 광주 남구|박화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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