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잘자란세딸…힘이불끈솟아요

입력 2009-04-21 0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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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 인문계 고등학교 다니던 막내딸이 자퇴를 했습니다. 자기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니라 실업계가 더 맞는다고 하면서요. 입학만 시켜놓으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고, 부대끼면서 잘해나가리라 믿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고 도중하차를 하게 된 겁니다. 사실 제게는 세 명의 딸이 있는데 큰아이는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둘째는 대학 3학년입니다. 그래서 막내도 자기 언니들처럼 무난하게 잘 크겠지 했는데,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도 이렇게 다르네요. 저희 막내딸은 자퇴 후에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9개월 동안 돈을 벌어서 본인이 원하는 실업계에 올 3월에 다시 입학을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막내가 처음 인문계고등학교 자퇴를 결정했을 때, 실업계에 들어가도 학비는 대주지 않겠다고 그랬는데, 딸애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입학금 내고, 교복 사고 그러고도 돈이 남더군요.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는 계속 하고 있는데, 7교시 수업을 마치고 곧장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갑니다. 그런데 얼마 전 딸이 제게 문자를 보내왔더라고요. “엄마 나 반장 됐어”라고 말이죠. 전화를 해봤더니 바빠서 그런지 전화를 안 받았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물어봤더니 반 애들이 반장으로 뽑아줬다며 아주 담담하게 얘길 하더군요. 솔직히 내색은 안 했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요. 저희 딸은 나중에 패스트푸드점 매니저가 될 거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동창인 애들이 대학교 졸업할 때쯤 자기는 사회에 확실히 자리 매김하고 있을 거라며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요즘은 거의 밤 11시 30분이나 돼야 집에 들어오는데, 그런데도 지칠 줄을 모릅니다. 저도 요즘은 애들 아빠가 실직당해 열심히 두 사람 몫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둘째딸 김밥 한 줄 싸주고, 막내딸은 참치주먹밥 싸주고, 부랴부랴 직장에 나가면 7시부터 4시까지 병원 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4시 반부터 밤 10까지 음식점주방에서 일을 합니다.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자기 생각 확실한 제 딸 생각을 하면 힘이 납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애들 아빠가 제 다리를 주물러주며 미안해합니다. 그럼 저는, “여보, 뭘 자꾸 미안해해∼ 당신 만나서 이렇게 정신 똑바로 가진 우리 딸들 낳았고, 나 아직까지 몸 성하고, 그리고 당신도 곧 일 시작할 건데 뭐. 나 걱정 안 해∼” 하고 얘길 해주죠. 저는 가족과 딸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힘든 때일수록 가족을 믿고 의지하는 힘이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인천광역시 | 이순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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