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이들‘쿵쿵’뛰면윗집새댁은‘콩닥’

입력 2009-04-15 22:08:11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 아파트로 이사 온지 2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전에 저희 집 위층으로 새댁이 이사 왔습니다. 다섯 살짜리 딸과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인사를 하더군요. 그 때만해도 애들이 하도 귀여워 얼굴도 쓰다듬고 머리도 만져줬는데, 세상에 층간소음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이야. 이웃 간에 참 고통스러운 일이더군요. 블록 뭉개는 소리, 장난감 자동차 클랙슨 소리, 붙잡기 놀이를 하는지 쿵쾅쿵쾅 뛰어다니는 소리, 다섯 살짜리 누나랑 합동작전을 벌이는지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사실 위층 새댁이 층간소음도 꽤나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고3, 고1 두 아이들이 있는 줄 알고 두꺼운 장판을 꽤 많은 비용을 들여 넓은 거실 전체에 다 깔고, 만날 때마다 “언니, 많이 시끄럽죠? 죄송해요. 애들이 요즘은 무슨 공룡발자국 흉내 낸다면서 자꾸만 쿵쿵거리는데, 언니 생각하면 미안해 죽겠어요”하면서 먼저 사과를 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저희 남편과 애들이 합동으로 저를 몰아세우기 시작했거든요. 하루는 남편이 텔레비전 보다가 저보고 위층에 좀 갔다 오라고 하더군요. 전 속으로 ‘그래, 이웃 간에 좋은 사이는 좋은 사이고, 얘기할 건 해야지. 한번은 해야겠다’하며 큰맘 먹고 위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집 안에서 아이들이 자기가 문을 열겠다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서로 자기가 문을 열겠다며 난리가 났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상상해봤는데, 왜 그렇게 귀엽던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윗집에 들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니 새댁이 이미 눈치를 채고 “내가 언니 올라올 줄 알았어요. 많이 시끄럽죠?” 하면서 미안해하더군요. 그 때, 다섯 살인 그 집 딸내미가 제게 쪼르르 달려와 안기더니 “이모야한테는 스티커 두∼장 줘야지∼”이러더니 신데렐라 스티커, 백설공주 스티커를 과감히 두 장 떼어 제 손등에 턱 붙여주더군요. 그리고 새댁도 맛있게 커피 두 잔을 타 와서 연신 제 눈을 마주치고 배시시 웃었습니다. 집에 내려오니 저희 남편이 “얘기 잘 했어?” 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요. 내가 아주 단단히 일러두고 왔어요. 미안하다고 싹싹 빌더라고요”하면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사실 층간소음은 이사를 가지 않는 한 뾰족한 해결책도 없습니다. 요즘도 가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릴 때, 저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새댁이 또 우리한테 미안해하겠구나. 죄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구나. 나도 그렇게 애들 키웠는데. 죄송할 것도 아닌 것을’하면서 말이죠. 경남 밀양시 | 김영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