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골드미스단짝친구,가족있는제가부럽대요

입력 2009-04-21 20: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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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른넷인 지금까지도 쭉∼ 우정을 지켜온 단짝친구 진순이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아직 미혼인데요, 결혼해서 살림하는 저는 가끔 이 친구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진순이는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고, 자기 개발을 위해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재즈댄스에, 외국어, 그리고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자기 자신을 위해 예쁜 옷, 화장품도 마음껏 사서 쓰고 하더군요. 그런 거 보면 20대 중반에 결혼한 제가 ‘너무 일찍 시집간 건 아닌가!’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에게서 며칠 씩 전화가 없었습니다. 평소엔 이틀이 멀다하고 자주 전화를 했는데, 두세 번 전화를 걸어보니까 휴대전화가 계속 꺼져있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꺼져있나 보다 하다가 나중엔 걱정이 되더라고요. 한참 망설이다 진순이 집에 전화를 걸어봤는데 아버지께서 받으시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 먼저 “아! 진순이 걱정돼서 전화했구나?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장염에 걸려서 며칠째 병원에 입원해 있어. 그래서 연락이 안 됐을 거야”하시면서 병원과 병실을 알려주시더라고요. 며칠 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많이 초췌해 보이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가 문득 “오늘은 네가 참 부럽다”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네가 결혼생활 힘들다고 하소연 할 때, 가끔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불쌍한 사람은 바로 나였더라. 내 옆 침대에 있는 환자가 맹장 수술로 입원한 환자인데, 그 언니네 딸이 얼마 전에 찾아와서 엄마 죽으면 안 된다고 울고불고 한바탕 난리치다 갔어. 이제 네 살이라서 맹장수술도 되게 큰 수술인 줄 알았나봐. 그런데 그 모습이 갑자기 부러워 보이는 거 있지? 나한테 병문안 오는 사람이야 많지만,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니? 그 집 딸을 보니까 갑자기 은경이 너네 애들 생각이 나더라. 나 빨리 시집가야 될 것 같아”하고 웃는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친구가 절 부러워한다는 얘기도 놀라웠지만, 그 친구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친구가 호되게 앓으며 혼자 병실에 누워있을 때, 아마도 많은 생각이 들었었나 봅니다. 이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예쁜 아기도 낳고 싶다는 내 친구 진순이… 올해는 진순이의 마음을 살살 녹이는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 정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 꼭 보게 되길 빌어봅니다. 대전광역시 중구 | 지은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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