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 지 이제 한달이 조금 넘은 새댁입니다. 하지만 나이는 곧 있으면 서른 중반이에요. 저희 친정 부모님이 유달리 제게 애정이 많으셔서, 저한테 밥하는 것 한번 시키지 않으셨고 시집가기 전에 신부수업을 받겠다고 할 때도 “아휴∼ 평생 이거 하며 살 텐데 뭐 하러 벌써 배우니” 이러시면서 저한테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저 또한 엄마 말씀대로, “요리? 그거 뭐 요리책 보면서 하면 되지. 난 뭐든지 금방 배우니까 괜찮아”이러면서 아주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시댁에 갔다가 아주 창피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날 아침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앞치마를 앞에 두르고, 어머니께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잉? 더 자재 뭐하러 이라고 일찍 일어났냐? 나가 조용히 할라고 혔는데 이 소리에 깼냐? 그라믄 이왕 일어났응께 이것 좀 혀봐라”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냉장고에서 동태와 무를 내주셨습니다. “밥은 나가 해 놨응께 늬는 코다리나 좀 혀봐라. 느그 시아부지가 아주 코다리 귀신이여” 하시더군요. ‘코다리? 코다리가 뭐지?’ 하지만 시어머니께 뭐냐고 여쭤보지도 못 하고 “네에 어머님” 하고 재료들을 덥석 받았습니다. 그래서 동태와 무가 동시에 들어가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떠오르는 게 동태탕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동태탕을 코다리라 부르나?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놓고 보자.’ 그리고 저는 동태탕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주방으로 들어오시더군요. 그러다가 제 동태탕을 보고 깜짝 놀라셔서 “흐매! 이것이 뭐시냐? 나가 코다리 해놓으라 했재, 언제 동태탕 끓여 놓으라 혔냐? 시방 니 나이가 몇인데 안즉도 코다리를 모르냐?”하시는데, 어머님 말씀이 서운한 것도 서운한 거지만, 그 순간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이 광경을 지켜보고 계시던 시아버지께서 아주 너그러운 목소리로 “아가, 나가 안 그려도 시원한 동태탕이 먹고 자펐는디, 아주 잘혔다” 하시더군요.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더니 정말 그 때는 감동의 물결이었습니다. “아버님,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 맛있는 코다리 꼭 해드릴게요” 하니까 “아이구, 그려 우리 며느리 아주 싹싹허네, 느그 시어머니가 음식을 아주 잘허니께 꼭 배워서 나중에 맛나게 해 주니라 잉” 하시더군요. 저는 정말 감격에 겨워 콧소리 가득 ‘아버님’을 소리 높여 외쳤답니다. “아버님, 어머님∼ 저 얼마 전에 요리학원 등록했거든요. 앞으로 맛있는 음식 많이 해드릴게요. 아버님, 어머님 사랑해요.” 전남 순천시 | 황지윤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