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쥐’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옥빈.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뱀파이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쥐’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옥빈.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옥빈양이 나오는 영화나 TV드라마를 전혀 보지 못한 상황에서 만났어요. 일이 되려고 했는지 몰라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떤 기운 같은 것인데, 약간 불안정한 느낌도 있었고…. 제가 원하는 태주 역은 너무 안정되고 틀거지 잡힌 사람보다는 보는 사람을 좀 불안하게 만드는 그런 점이 필요했거든요.” 박찬욱(46) 감독이 본 배우 김옥빈(23)의 첫 인상이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올드보이’ 때 강혜정(27)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감정을 확인했다. 그 신비로운 매력을 발견한 박 감독은 신인 김옥빈을 박찬욱, 송강호(42)의 ‘박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박 감독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께 일을 해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불안정한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참 모순적인 면이 있다. 보통 때는 선머슴 같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굉장히 여성적이다”면서 변화무쌍한 김옥빈의 매력을 발견했다. 김옥빈의 불안한 매력은 영화 속 ‘태주’에게 그대로 이입된다. 병든 남편, 히스테릭한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무기력해진 태주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로 뒤바뀐다. 외도를 저지르고 남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전형적인 악녀의 모습을 드러낸다. 송강호와의 베드신에서는 강렬한 노출 연기도 선보인다. 전라 연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김옥빈은 “노출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매력적이고,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아무한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노출 장면도 힘겹게, 열정적이고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 김옥빈과 송강호의 나이 차는 무려 열아홉살이다. 삼촌뻘 송강호와의 베드신이 힘들고, 조금은 아쉽지 않았을까. 김옥빈은 “감독님도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더라. 그래서 강호 선배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진짜 처음부터 강호 선배님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연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기쁨”이라고 여긴다. ‘박쥐’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박찬욱, 송강호와 함께 칸에 입성하게 된 김옥빈은 “평생 연기를 해도 갈 수 있을까 말까한 곳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오니까 당황됐다. 세계 영화인들이 모이는 데 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겠다”면서 감개무량하다. 송강호는 김옥빈의 에너지를 믿는다. 배우 김옥빈을 ‘도다리’란 생선으로 정의하는 송강호는 “도다리는 양식이 안 되는 어종이다. 갇혀 살 수가 없는 생선”이라면서 “김옥빈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갇혀 있을 에너지가 아니다”고 평가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