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문구점에 들러 사진 앨범 2권을 샀습니다.
두 딸과 함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정리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조금 있으면 큰 딸이 결혼을 하게 되고, 작은 딸도 결혼할 사람이 있습니다. 친정 엄마로서 혼수를 풍족히 해줄 수 있는 형편은 못 되더라도 친정에서 지낸 값진 추억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앨범 하나 고르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최대한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앨범 두 권을 집어 들고선 보물이라도 되는 냥 품에 꼭 안고 왔습니다.
그리고선 큰 딸과 작은 딸 사진을 따로 나누기 위해 먼지 쌓인 가족 앨범을 펼쳤습니다. 남편과 저의 연애시절이 담긴 흑백사진부터 작은 딸의 학교 수학여행 사진까지… 30년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추어볼 때마다 사진 찍을 때의 상황들이 거짓말처럼 생생히 기억났습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던 남편의 프러포즈도 귓가에 선하구요. 큰 딸이 처음으로 ‘엄마’란 단어를 내뱉던 순간의 감동도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앨범을 넘기던 도중 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딸의 돌 사진이었는데요. “엄마, 나는 왜 언니 돌 때 입었던 옷이랑 똑같아? 여기 봐봐… 언니 돌 사진에서 묻어있던 얼룩도 똑같잖아. 뭐야, 난 옷도 안 사준거야?”하며 작은 딸이 입을 삐죽거리더군요. 큰 딸이 입던 옷을 보관해뒀다가 작은 딸에게 그대로 입혔으니, 같은 옷일 수밖에요.
그 사진에도 많은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임신하고서 둘째 아이만큼은 아들이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나온 아이는 딸이었고, 친정아버지께서는 못내 서운하셨던지 신생아실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셨었지요.
남편은 딸이 더 좋다고 했지만, 속내야 그랬겠어요?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둘째 딸에겐 새 옷도 맘 편히 사 준 적이 없었습니다. 언니가 입던 옷, 그리고 철 지난 참고서들을 보면서도 큰 소리 않았던 작은 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죠. 딸들과 머리를 맞대어 사진 앨범을 넘기는 데, 끝 장이 가까워질수록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사진이 낡은 가족 앨범에서 새로운 앨범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조만간 품에서 떠날 딸들을 생각하니 그동안 못해준 것만 생각나더라고요.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며 딸들의 사진을 나눴고 늦은 밤이 됐습니다. 저는 홀로 정리된 앨범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선 사진의 한 장 한 장에 제가 가진 기억들을 써 내려 갔습니다.
‘우리 큰 딸 앞니가 쏘옥 올라 왔네요∼’, ‘우리 막둥이 연필 잡았네, 천재되려나?’ 등등 말이죠.
다음날 마치 근사한 작품이 완성된 듯 잘 정리된 앨범을 딸들에게 한 권씩 건네줬는데요.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면서도 이별이 시작된 것만 같아 아쉬웠습니다. 두 딸 아이의 사진을 모두 빼고 나니 두텁던 가족 앨범이 금세 가벼워졌네요.
텅텅 빈 앨범 속에는 이제 남편과 저의 추억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결혼식 날 사진을 많이 찍어서 두 딸의 공백을 채워 넣어야겠어요.
서울 성북구|김혜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두 딸과 함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정리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조금 있으면 큰 딸이 결혼을 하게 되고, 작은 딸도 결혼할 사람이 있습니다. 친정 엄마로서 혼수를 풍족히 해줄 수 있는 형편은 못 되더라도 친정에서 지낸 값진 추억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앨범 하나 고르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더군요. 최대한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앨범 두 권을 집어 들고선 보물이라도 되는 냥 품에 꼭 안고 왔습니다.
그리고선 큰 딸과 작은 딸 사진을 따로 나누기 위해 먼지 쌓인 가족 앨범을 펼쳤습니다. 남편과 저의 연애시절이 담긴 흑백사진부터 작은 딸의 학교 수학여행 사진까지… 30년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추어볼 때마다 사진 찍을 때의 상황들이 거짓말처럼 생생히 기억났습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자던 남편의 프러포즈도 귓가에 선하구요. 큰 딸이 처음으로 ‘엄마’란 단어를 내뱉던 순간의 감동도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앨범을 넘기던 도중 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딸의 돌 사진이었는데요. “엄마, 나는 왜 언니 돌 때 입었던 옷이랑 똑같아? 여기 봐봐… 언니 돌 사진에서 묻어있던 얼룩도 똑같잖아. 뭐야, 난 옷도 안 사준거야?”하며 작은 딸이 입을 삐죽거리더군요. 큰 딸이 입던 옷을 보관해뒀다가 작은 딸에게 그대로 입혔으니, 같은 옷일 수밖에요.
그 사진에도 많은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임신하고서 둘째 아이만큼은 아들이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나온 아이는 딸이었고, 친정아버지께서는 못내 서운하셨던지 신생아실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셨었지요.
남편은 딸이 더 좋다고 했지만, 속내야 그랬겠어요?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둘째 딸에겐 새 옷도 맘 편히 사 준 적이 없었습니다. 언니가 입던 옷, 그리고 철 지난 참고서들을 보면서도 큰 소리 않았던 작은 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죠. 딸들과 머리를 맞대어 사진 앨범을 넘기는 데, 끝 장이 가까워질수록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사진이 낡은 가족 앨범에서 새로운 앨범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조만간 품에서 떠날 딸들을 생각하니 그동안 못해준 것만 생각나더라고요.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며 딸들의 사진을 나눴고 늦은 밤이 됐습니다. 저는 홀로 정리된 앨범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선 사진의 한 장 한 장에 제가 가진 기억들을 써 내려 갔습니다.
‘우리 큰 딸 앞니가 쏘옥 올라 왔네요∼’, ‘우리 막둥이 연필 잡았네, 천재되려나?’ 등등 말이죠.
다음날 마치 근사한 작품이 완성된 듯 잘 정리된 앨범을 딸들에게 한 권씩 건네줬는데요.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면서도 이별이 시작된 것만 같아 아쉬웠습니다. 두 딸 아이의 사진을 모두 빼고 나니 두텁던 가족 앨범이 금세 가벼워졌네요.
텅텅 빈 앨범 속에는 이제 남편과 저의 추억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결혼식 날 사진을 많이 찍어서 두 딸의 공백을 채워 넣어야겠어요.
서울 성북구|김혜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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