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산더미농사일도와준‘농활대’고마워요!

입력 2009-07-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거봉포도 아시죠?

우리가 보통 포도라고 부르는, 캠벨보다 알이 훨씬 큰 포도 말이에요. 저는 입장이라는 곳에서 바로 그 거봉포도 농사를 짓고 있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10일 정도 빨리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노라면 선크림을 아무리 많이 바르고, 모자를 써도 얼굴이 따끔따끔하고, 온몸은 땀으로 샤워를 한 것만 같지요.

그래도 봄부터 애써서 지은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한 게, 힘든 것도 다 잊어버리고 제 입가에는 이내 미소가 띄워집니다.

이 거봉포도는 우리 입장면의 특산품입니다. 거봉포도의 고품질을 위해서는 포도에 봉지를 씌워줘야 합니다. 봉지를 씌워주면 농약도 묻지 않고, 당도도 더 좋아지고, 그만큼 맛도 배가 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낳은 늦둥이 때문에 일이 자꾸 늦어져서, 저희 집은 다른 집에 비해 봉지를 많이 씌우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일기예보에서는 다음주부터 장맛비가 계속 내린다고 하는 겁니다.

예보를 듣고 나니, 마음이 어찌나 급해지던지, 지금 이런 속도로는 비 오기 전까지 봉지 씌우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데 말이죠.

저희 부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인근 대학교의 청년농활대 학생들이 우리 동네에 온다고 연락이 온 겁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에도 이맘때쯤 청년농활대가 와서 일손을 거들어 줬거든요. 저는 그 때 일을 생각하며, 올 해에도 9박 10일 동안 지내다 간다고 하기에 목이 빠져라 학생들만 오길 기다렸습니다.

며칠 후, 드디어 학생들은 마을에 도착했고, 마을회관에서 지내면서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조를 짜서 다니면서 일을 도와줬습니다. 저희 집도 당연히 도움을 받았고요.

바람도 불지 않는 30도가 넘는 이 불볕더위 속에서 얼굴과 팔이 검게 그을리고, 얼굴에 땀이 맺히도록 일을 하는데, 다들 어찌나 열심들인지 힘들다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데, 저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학생들이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포도봉지를 씌워준 덕에 저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요.

이렇게 농촌을 사랑하고, 농민을 사랑하고, 농촌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학생들을 보니까 우리 농촌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고생한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농활대 모두 힘내세요∼!!!

충남 천안시|강은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