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나돌아갈래,중학교시절로”

입력 2009-08-0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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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동아일보DB

노민상감독“재능탁월…나태함반성고무적”
“때로는 나도 파티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친구들은 항상 파티가 그렇게 재미있다고는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못 겪어본 재미가 무엇이든 난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따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미국의 수영 영웅’ 자넷 에반스(38)의 얘기다. 세계정상의 선수들은 에반스와 같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5월말 에반스의 이름을 딴 수영대회에 참가한 박태환(20·단국대)도 마찬가지.

박태환은 1일(한국시간) 2009로마세계선수권 자유형 1500m에서 결승진출이 좌절된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올림픽 이후 마음이 느슨해져 있었다. 정신적으로 풀려 있었던 것 같다”면서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노민상 감독은 2일 전화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박)태환이가 나태함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라면서 “중학교 때의 정신자세라면, 무엇을 못 하겠냐”고 했다.

박태환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로 태릉에 입성했다. 오전 훈련 뒤 토요일 외박은 선수들의 유일한 낙. 대부분의 선수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외박을 즐겼다.

하지만 박태환은 토요일 오후에도 당시 노 감독이 운영하던 잠실위너수영클럽을 찾아 물살을 갈랐다. 노 감독은 “피곤할 테니 쉬라고 해도 본인이 와서 운동을 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대충 봐줄 수가 있었겠냐”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장거리의 제왕’ 그랜트 해켓(29·호주)은 어린 시절부터 데니스 코터렐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박태환이 7세 때, 노민상(53) 감독을 통해 수영에 입문한 것과 같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박사는 “남자 중장거리 선수의 지구력은 만14-15세에 거의 결정된다”고 했다. 2008년 2월 박태환이 엉망인 몸으로 노 감독의 품에 안긴 뒤 24주 만에 금메달이 가능했던 것도, 어린 시절 탄탄하게 닦아놓은 지구력이 잠자고 있었기 때문.

노 감독은 “장린(22·중국)이나 파울 비더만(23·독일)을 능가하려면 올림픽 때보다 더 힘이 들 것”이라면서 “하지만 재능만 놓고 보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에, 예전처럼 미치겠다는 열정으로 따라준다면 못할 게 없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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