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볼턴 입단에 합의한 이청용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펼쳐 보이고 있다. 굳게 다문 입술과 여유 있는 표정에서 새로운 무대 적응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상암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한국 선수로는 7번째로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이청용(21)의 소박한 출사표다. 적응력은 해외, 특히 유럽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개인기량 못지않게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천수(알 나스르)는 네덜란드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인 작년 5월, 취재진을 만나 “훈련 외 시간에 만날 사람들도 없고 너무 지루했다. 음식도 하루 세끼를 햇반만 먹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것이 그가 유럽(스페인, 네덜란드)에서 모두 실패한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타지에서 스스로 요리를 해 먹을 정도로 잘 적응한 박지성과 이영표 모두 성공시대를 연 것을 보면 ‘잘 먹고 잘 쉬는 것’은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 볼턴 입단에 합의, 취업비자가 나오는 대로 곧 영국으로 떠날 예정인 이청용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그의 입에서도 ‘적응’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이청용은 구체적인 목표를 묻자 “그런 건 아직 없다. 일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데만 신경 쓰겠다”고 잘라 말한 뒤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중요한 데 아직 의사표현이 부족해 영어를 배워야 한다. 음식도 중요하니 잘 차려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 체력적인 부분을 보강 하겠다.
쉴 때를 대비해 국내에서 쇼 프로 등도 일부러 안 보고 모두 다운받아 놨다.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게임기도 가져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은 운동과 휴식, 영어공부라는 지루한 생활이 계속되겠지만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도움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라운드에서도 팀플레이를 우선할 계획. 이청용은 “볼턴은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라 나를 영입하면서 다른 면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일단은 내 플레이를 보여주기 보다는 팀플레이에 녹아드는 게 먼저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