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골든글러브 시상식 웃지못할 해프닝
프로야구 연말 하이라이트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발표 직전까지 수상명단을 철저히 숨기는데다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보안유지로 리허설이 힘든데다 낯선 생방송에 참가자들은 긴장하는 탓에 그동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갖가지 해프닝이 쏟아졌다. 지난 27년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벌어진 최고의 해프닝을 모아봤다.○1986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김재박이 아닌 김재전
‘김재전’ 사건은 20여년이 지났지만 역대 골든글러브 시상식 사상 최고의 해프닝으로 꼽힌다. 1986년 시상식.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 이보희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발표 순간 이보희는 수상자 명단을 본 뒤 잠시 머뭇거리더니 “유격수 부문, MBC 청룡 김재전!”이라고 호명했다. 신문이나 일반 문서에 한자로 이름을 주로 썼던 당시 수상자 명단에는 ‘金在博’(김재박)이 써있었다. 이보희는 박(博)자를 전(傳)자로 착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국적으로 생중계되고 있었기에 시상식장은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날 이후 수상자 명단은 철저히 한글로 표기되고 있다.
○신상우 총재의 일장연설
신상우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임기 마지막 시상식이었던 지난해 예정에 없던 연설로 참가자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첫 시상 부문 페어플레이상 시상자로 나선 신 전 총재는 갑자기 그해 프로야구의 의미에 자신의 회고를 더하며 장시간 연설을 했다. 함께 시상자로 나선 가수 솔비도 처음에는 생글생글 웃었지만 갑작스러운 ‘축사’에 점점 얼굴이 굳어졌고 중계진과 함께 당황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파리에 가면 파리법을 따라야 한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KBO 홍보위원이던 2003년 시상자로 나서 “우리 속담에 파리에 가면 파리법을 따라야 한다죠”라고 말했다. 우리 속담도 아닌데다 로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리로 바꿔버린 재치(?)에 시상식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이 밖에 수상을 포기하고 있다 뒤늦게 지하철 상가에서 5000원짜리 넥타이를 사 매고 시상식으로 뛰어간 2004년 박한이도 손꼽히는 골든글러브 해프닝의 주인공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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