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계 숨은 공신들 5] “서희경-유선영-배상문 내 손 거쳤죠”

입력 2010-01-18 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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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호 프로는 스스로 자신의 스윙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레슨 방법을 통해 수많은 톱스타를 길러냈다.2009 시즌에는 제자인 배상문(작은 사진 왼쪽)과 서희경(작은 사진 오른쪽)이 각각 KPGA와 KLPGA투어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골프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인정받았다. 사진제공 | 더골프

 고덕호 프로는 스스로 자신의 스윙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레슨 방법을 통해 수많은 톱스타를 길러냈다.2009 시즌에는 제자인 배상문(작은 사진 왼쪽)과 서희경(작은 사진 오른쪽)이 각각 KPGA와 KLPGA투어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골프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인정받았다. 사진제공 | 더골프

‘스타골퍼 제조기’ 고덕호 프로
내 레슨철학은 ‘스스로 이해하는 골프’
스윙 교정 보단 스스로 깨우치기 조련
주입식으론 자신 결점 다 알기엔 한계
서희경(24·하이트), 홍란(24), 홍진주(27· 이상 비씨카드), 유선영(24·휴온스)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이름을 나열한 이유는 이들의 코치가 바로 한 사람 미국프로골프(PGA) 클래스 A 멤버 고덕호 프로이기 때문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2009시즌 KPGA투어 3관왕을 차지한 배상문(24·키움증권)과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맹동섭(23·토마토저축은행)도 제자다. 고덕호는 2009년 자신의 제자들이 KPGA와 KLPGA투어에서 동시에 대상을 차지하는 생애 최고의 기쁨을 맛봤다.

스스로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가르치는 스승 밑에서 스윙을 가다듬은 고덕호 사단의 스타들은 당분간 KPGA와 KLPGA 무대를 호령할 것이다.

고덕호 프로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야구선수였고 고등학교 때는 축구와 테니스를 한 운동선수 출신이다. “미국 유학을 시작하면서 골프에 관심을 가졌고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대학팀에 들어가려면 74타를 이내를 쳐야했는데 골프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플로리다 주립 대학팀의 일원이 됐고, 이후 미니 투어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프로골퍼 지망생으로서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못했다. 왼쪽 팔꿈치에 엘보 증상이 찾아왔다. 5~6년간 지루한 재활 치료와 연습을 병행하는 사이 꿈은 멀어져갔다. “선수생활을 포기해야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는데 와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 때 선수시절 한국오픈에 출전하며 친분을 맺은 지인이 ‘PGA 클래스 A 멤버가 되면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라는 조언을 했고, 오랜 고민 끝에 티칭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고덕호는 남다른 노력으로 3년 만에 PGA 클래스 A 멤버가 됐다.

PGA 클래스 A멤버는 실기 테스트에 합격한 뒤 3단계(LEVEL 1~3)에 걸친 과정을 각각 2년 안에 마친 뒤 마지막으로 주제 발표와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4년제 대학 과정을 졸업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는 5년 정도가 소요된다.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릭 스미스, 행크 헤이니, 데이비드 리드베터 등도 PGA 클래스 A 멤버다.

고덕호는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그 누구도 한국에선 검증되지 않은 ‘PGA 클래스 A 멤버’가 가진 숨겨진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자리 잡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 3개월 이상 무직으로 명함만 내밀고 다녔다. 여기저기서 기다려보라는 말만 반복해 내심 실망하던 차에 우연히 MBC와 인연을 맺으면서 골프 해설 일을 시작하게 됐다.”

2004년 11월 타이거 우즈,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 등 이른바 빅4가 참가한 ‘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에서 코스해설을 맡으며 유창한 영어인터뷰와 전문적이고 명쾌한 코스 해설로 단숨에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로 일이 잘 풀렸다. 타이거 우즈 스킨스 게임의 가장 큰 수혜자는 라온CC가 아니라 고덕호 프로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였다.”

골프아카데미를 통해 본격적으로 선수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워커힐호텔의 잭 니클라우스 아카데미 소속 프로로 활동했고, 투어프로로는 현재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유선영과 가장 처음 인연을 맺었다. “유선영을 가르치기 시작한 뒤 두달 쯤 뒤에 선영이가 친구 서희경을 데려왔다. 그 때 서희경은 2부 투어에서 뛰며 KLPGA 시드전을 준비할 때였다. 처음 봤을 때는 타이거 우즈의 아마추어 시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워는 좋지만 약간 오버스윙을 했고, 그다지 세련된 스윙은 아니었다.”

톱스타가 될 훌륭한 재목감과 스승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희경은 팔다리가 길어 스윙 아크가 크다. 아크가 크면 비거리는 늘지만 미스 샷이 나올 수 있어 좀 더 타이트 한 4분의 3 스윙으로 바꾸고 약간의 바디턴 스윙을 가미시켰다.

그렇게 스윙을 교정해가며 2년여의 시간이 보낸 뒤 서희경은 비로소 빛을 내기 시작했다. 2008년 하반기에만 6승, 2009년에는 5승을 거두며 대상·상금왕·다승왕·최저타수상 등 4관왕을 차지, KLPGA의 지존으로 거듭났다.

현재 서희경은 자신의 스윙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며 경기 뒤 스스로의 스윙을 분석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대회 중계화면을 본 뒤 전화로만 얘기해도 서로 말이 통할 정도다.

이처럼 그는 선수들이 스스로 이해하는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선수들은 주니어 때부터 주입식 레슨을 받아온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구력이 5년 이상 되어도 자기 자신의 결점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레슨을 하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미스 샷의 원인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스타를 만드는 미다스의 손 고덕호의 레슨 철학은 이해하는 골프다. 미스 샷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스 샷이 나왔을 때 왜 그랬는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톱스타 제자 군단을 거느린 고덕호는 현재 분당에서 고덕호 PGA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와 주니어들을 절반씩 가르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볼 잘 치는 선수 위주로만 운영하기 보다는 가능성 있는 꿈나무들을 육성하기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레슨 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선수들이 많지만 자리가 없어 돌려보낼 때 가장 미안하다. 하지만 내 한계 내에서 가르칠 수밖에 없다.”

고덕호 프로는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돈이나 벌겠다는 생각은 추도도 없다. 명성을 뒤로하고 3~5년 정도만 더 한국에 머문 뒤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가족들이 다 미국에 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가족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의 활동이 정리 되는대로 미국에 돌아가서 아카데미를 운영할 생각이다. 현재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 선수들이 많은데, 미국 골프 문화나 규정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 PGA나 LPGA로 진출하려는 한국 골퍼들의 교두보 역할을 했으면 하는 것이 미래의 계획이자 바람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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