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는 7000개가 넘는 천연잔디 구장이 있다. 기성용은 호주에서 3년 반 가량 유학 생활을 하며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된 어학 능력 향상과 함께 리더십을 함양했다. 대전 선수단이 훈련 중인 시드니 발렌타인 스포츠 파크의 전경.
호주에서도 될성 부른 떡잎이었던 기성용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기성용(21·셀틱FC).해외 진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유창한 영어 실력은 3년 반의 호주 축구 유학에서 비롯됐다.
기성용이 호주에 첫 발을 내딛던 2001년. 당시 기성용의 유학 생활을 도왔던 관계자는 감각 유지 차원에서 기성용을 입국한지 며칠 만에 마코니FC(호주 2부 리그)의 청소년(13세) 트라이얼에 참가시켰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회화는커녕, 영어의 A, B, C도 모른 상태에서 그라운드로 투입된 기성용은 전반을 마친 뒤 브라질, 이탈리아 등 다국적 동료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가 이것저것 손짓발짓을 섞어 지시하자 다른 동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다는 제스처를 했고, 마코니는 후반 들어 더 좋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이 관계자는 “그 때 마코니가 구단주와 감독까지 나서 기성용을 꼭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어학이 먼저였다. 브리즈번 존 폴 칼리지 축구 아카데미로 간 것도 이 때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미 9년 전부터 기성용은 또래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과 동료들을 다룰 줄 아는 남다른 리더십을 갖췄다는 얘기다.
존 폴 칼리지 유학 시절 스승이자 웨일즈 국가대표 출신 홉킨스 감독은 기성용의 셀틱 입단 직후 가진 호주 매체와 인터뷰에서 “탁월한 시야와 기량 등 모든 면에서 동급 레벨들보다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막대한 이탈리아계 자본으로 운영되는 마코니는 호주 A리그에 오를 만한 실력을 갖췄으나 ‘민족색 배제’를 기치로 내건 호주축구협회(FFA) 방침에 따라 여전히 2부에 머물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브레시아와 같은 계열로 마코니가 기성용의 영입을 타진했을 때 이탈리아 진출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드니 발렌타인 스포츠파크에서 동계훈련을 갖고 있는 대전은 최근 마코니와의 연습 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시드니(호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