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동계올림픽 감동의 명장면] 美 아마 아이스하키 ‘기적을 쏘다’

입력 2010-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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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최강 소련 깨고 금메달,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이변 연출
1970년대와 1980년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ABC 방송의 와이드 월드스포츠의 슬로건이 ‘승리의 감동과 패배의 고통’(The thrill of victory and the agony of defeat)이었다. 이 구절을 올림픽에 옮겨 놓아도 차이는 없다.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브라이언 검블은 “동계올림픽은 백인들을 위한 스포츠다”라며 평가절하한 적도 있다. 그러나 4년을 인내하며 올림픽을 향해 기량을 연마한 선수들에게 밴쿠버는 새로운 스타 탄생과 감동의 스토리가 준비돼 있는 무대다. 역대 동계올림픽의 명장면을 모아봤다.


○미러클 온 아이스-1980년 미국 아이스하키팀


미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이변으로 꼽히는 경기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에서 벌어진 미국과 소련의 아이스하키 경기다. 당시 소련과 미국의 대결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전력 차이로 평가받았다. 소련은 사실상 프로 팀이나 다름없는 세계 최강이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대학 출신의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메달라운드 첫판 소련과의 경기에서 젊은 피로 수혈된 미국은 예상을 뒤엎고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현재 미국 최고의 스포츠 캐스터가 된 ABC 방송의 알 마이클은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Do you believe in miracles? Yes!”라는 스포츠사에 남는 유명한 코멘트를 남겼다. 미국은 이틀 후 핀란드마저 4-2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에릭 하이든 1980년 스피드스케이팅 5관왕

올림픽 사상 한 선수의 최다 금메달 획득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가 작성한 8개다. 동계올림픽에서는 빙상의 에릭 하이든으로 5개다. 그러나 하이든은 빙상 종목을 모조리 휩쓸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500m, 1000m, 1500m, 3000m, 1만m등 5개 종목.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단체전이 추가된 이후 남자 빙상 종목은 6개다. 현재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하이든(52)은 빙상 은퇴 후 프로 사이클 선수로도 활약한 크로스오버였다.


○브라이언의 전쟁-1988년 캘거리 남자 피겨

미국 언론은 1988년 캘거리대회 남자 피겨 대결을 ‘배틀 오브 브라이언’이라고 불렀다.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와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의 우승 대결이라서 그랬다. 역대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접전의 명승부였다. 캘거리 홈링크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친 오서는 현재 김연아의 코치. 9명의 채점자 가운데 보이타노는 1위 5명, 2위 4명, 오서는 1위 4명, 2위 5명으로 금메달과 은메달의 색깔이 갈렸다. 한편 1988년 여자 피겨는 ‘배틀 오브 카르멘’으로 통한다.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와 미국의 데비 토마스가 프리종목에서 나란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으로 맞붙어서다. 둘은 캘거리 대회 전 벌어진 세계선수권에서 1·2위를 차지해 올림픽에서의 대결이 주목을 끌었다. 금메달은 비트에게 돌아갔고, 토마스는 동메달에 그쳤다. 명문 스탠포드대학 출신의 토마스도 하이든처럼 현재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침내 한을 푼 댄 젠센-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사상 1988년 빙상의 댄 젠센만큼 눈물을 흘리게 한 감동의 스토리 주인공도 드물다. 세계스프린트챔피언 젠센은 캘거리대회 500m와 1000m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500m 출전 몇 시간 전 젠센은 위스콘신의 집에서 누이가 백혈병으로 생명이 위독하다는 전화통보를 받았다. 그날 아침 젠센의 누이는 세상을 떠났다. 500m에 출전한 젠센은 코너를 돌다가 엎어지며 메달의 꿈이 좌절됐다. 이틀 후 열린 1000m에서도 또 엎어졌다. 노메달로 미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다며 ‘Spirit 어워드’를 시상했다. 전성기를 지난 젠센은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에 출전했지만 500m, 1000m에서 또 다시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신도 야속하지는 않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에서 젠센은 1000m에서 드디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딸 제인(누이의 이름을 땄다)을 안고 시상대에 오른 젠센을 지켜본 전 미국인은 울었다. 현재 방송해설가로도 활동 중인 잰센은 백혈병 환자를 보살피는 재단을 설립해 누이를 추모하고 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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