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돌의 인기 필살기는 바로 이 춤.” 요즘 뛰어난 춤 실력과 소탈한 언변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가희. [사진제공= SBS]
가희 이야기
예능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일컫는 말이다. 예능돌이란 말이 생경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아이돌 그룹 멤버의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가 잦아졌고, 그 역할 또한 커졌음을 의미한다.
예능돌의 득세는 그룹 2AM의 멤버 조권이 지난해 보여준 ‘깝권 신드롬’으로 봐도 알 수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은 팀 동료 신동 등과 함께 ‘특 아카데미’를 결성, SBS ‘강심장’의 고정 코너를 꿰찼다. 2010년에는 예능돌이 더 욱 강세를 띨 전망이다.
이미 방송 3사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 치열한 경 쟁을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이는 예능돌이 있으니 바로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가희와 유키스의 멤버 동호다.
서른 하나,
나이 덕분에
편안한 아이돌
서른 하나.
나이 때문에 지칠때도…
숙면돌은 ‘31’의 비애
내 춤은 매번 새로운 것.
‘So Hot’ 가희 맞죠?
‘요즘엔 내가 대세!’
2008년 서인영, 2009년 조권으로 이어지는 ‘예능돌’의 역사…. 그리고 올해는 그녀가 아닐까 싶다. 바로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가희다. 일단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3개. 방송 3사가 사이좋게 3등분한 듯, MBC ‘세바퀴’,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KBS 2TV ‘스타골든벨’에 출연하고 있다. 이뿐인가. SBS ‘강심장’ 등 방송사들의 또 다른 주력 프로그램들 역시 한번 더 나와주길 바라는 ‘가희 섭외전’에 한창이다.
어쩌다 그녀가 2010년 TV 예능계가 주목하는 ‘예능 신상’이 됐을까. 그녀가 보여준 필살기는 바로 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보여준 ‘특별 무대’는 총성없는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예능 프로그램의 현실에선 이례적으로 ‘통편집’이 아닌 ‘풀버전’으로 방영되고 있다.
○ 가희의 수식어, 성인돌
가희에 대한 관심은 팬들 사이에게서도 폭발적으로 일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에게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고 ‘짐승돌’이란 애칭을 붙여준 것처럼 그녀에게도 의미있는 수식어가 여러 개 붙었다. 대표적인 것이 ‘성인돌.’ 가희는 올해 31살로 걸그룹 멤버로는 제법 지긋한 나이다. 인터뷰에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했을 때 가희는 크게 웃었다. “제법이 아니라 상당히죠!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 사실상 최고령인데….”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는 요즘 팬덤의 현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예쁘게 봐주려고 팬들이 부여한 성인돌이란 수식어는 그녀에게는 ‘벼슬’과 진배 없다. 어느새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룹 애프터스쿨에서 멤버 유이 다음으로 개인 스케줄이 많아진 그녀. 특히 새해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영입 1순위’로 꼽는 A급 예능돌이 됐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가희는 “성인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솔직히 제 나이가 한 몫한 것 같아요. 30대 아이돌이 어린 친구들과 비교해 나은 게 무엇이겠어요. 사회성이죠.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상대는 친근하게 느껴질 테고….”
○성인돌의 비애, 숙면돌
아이돌로 주목받는 것이 대개 10대 또는 20대 초반 연예인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을 깨버린 그녀. 성인돌로 대표되는 대중의 호응은 심지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흠조차 ‘어여삐 여기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숙면돌’이 그 예.
숙면돌은 얼마 전 SBS ‘강심장’에 출연한 그녀가 피곤을 이기지 못해 사실상 곯아떨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조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된 뒤에 생긴 애칭. 그녀는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연신 “시청자께 죄송하다”고 했다. 녹화가 대개 밤늦게까지 7∼8시간씩 진행되는 탓도 있겠지만, 가희는 그것이 “바로 성인돌의 비애”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지긴 했어요. 예전에는 한두 시간만 자고도 하루 종일 춤도 추고 그랬는데 말이죠.”
○여자의 몸으로 짐승돌?
‘강심장’ 녹화 중 졸았던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가희는 전날 새벽까지 프로그램에서 선보일 춤의 안무를 짰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동안 가희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춤과 관련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은 한번도 똑같은 것이 없이 매번 새로운 춤을 보여주었다는 것.
한때 그룹 2PM의 멤버 옥택연이 무대에서 상의를 찢어 ‘찢택연’이란 애칭을 얻었던 것처럼, 그녀는 ‘찢가희’로도 불리고 있다. 무대에서 옷을 찢었다고? 시늉만 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애칭이 붙은 것은 그녀가 옥택연처럼 몸짱이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그녀의 몸매는 인터넷에 ‘가희 복근’이란 검색어가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남자도 만들기 어렵다는 복근을 과연 그녀는 어떻게 갖게 됐을까.
“항상 배에 긴장을 해야 해요. 쉬운 운동법 하나를 소개하자면요. 많은 분들이 의자에 앉아 상당 시간을 보내잖아요. 허리를 펴고, 양 발을 바닥에서 살짝 떨어뜨리세요. 그러면 의자에 앉은 채로 복근 운동을 할 수 있어요.”
가희는 ‘성인돌’이라 불리는 요즘이 또래 여성들에게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제때’라는 건 이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마음먹고, 꿈꾸기에 달린 게 아닐까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