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부터 성격까지 다른 송강호(오른쪽)와 강동원이 ‘의형제’로 만나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남북 분단의 이야기를 진한 휴머니즘으로 풀어낸 ‘의형제’의 인기 원동력은 두 배우의 조화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사진제공=다세포클럽]
-이한규(송강호)가 국정원에서 잘릴 때 외친 한마디
의형제, 그들은 왜 뜨는가?개봉 3주차를 맞은 영화 ‘의형제’가 전국 관객 350만 명을 넘으며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다. 충무로와 극장가는 3월까지 관객 500만 명은 물론 그 이상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을 맡은 ‘의형제’는 ‘아바타’의 독주를 저지한 한국영화이다.
홀로 남은 북한의 요원과 이를 상대하는 남한의 국가정보원 요원, 남북관계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영화 곳곳에 가볍지 않은 우리네 모습이 등장하는데도 이렇듯 ‘의형제’에 관객과 평단이 함께 호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대사로 분석한 ‘의형제’ 돌풍
“나 빨갱이 잡는 국가유공자야!”
-이한규(송강호)가 국정원에서 잘릴 때 외친 한마디
‘의형제’는 전직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송강호 역)와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 역)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함께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 앞에 펼쳐지는 두 남자의 사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또 다른 초상이다. 극중 송강호는 이혼한 후에도 양육비란 이름으로 여전히 가족을 보살피는 40대 가장. 강동원 역시 비록 배신자로 낙인 찍혀 ‘당과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지만 가족은 결코 버릴 수 없다. 영화에는 두 사람이 펼치는 이야기 이외에도 이주노동자, 새터민 등 우리 현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버무리는 과정에서 송강호는 ‘생활연기의 달인’답게 입에 짝짝 달라붙는 대사의 맛을 보여준다. 또 강동원 역시 묵묵한 듯 적절한 시점에 가슴을 찌르는 대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 빨갱이 잡는 국가유공자야!”(이한규가 국정원 차장과 요원들에게)
이한규는 간첩 체포 작전에 실패하고 부하 요원도 잃은 뒤 국가정보원에서 정리해고당한다. 남북정상회담 등의 화해 무드에서 대공수사요원이 너무 많은데 부담을 느낀 조직은 “사고 책임자 일순위”인 그를 파면한다.
1999년 영화 ‘쉬리’에서 정보기관 요원이었던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북한군 중사 역을 맡아 잇따라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송강호는 다시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 역할을 맡았다.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우아한 세계’의 조폭 중간보스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경필 중사가 ‘의형제’에서 연기한 이한규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한규는 그들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으로 송강호가 왜 인정받는 배우인지 알려준다.
#“혹시 저랑 같이 일해보지 않으시겠어요?”(이한규가 송지원에게)
6년의 시간이 지난 뒤 이한규는 흥신소를 차린다. 현상금을 받기 위해 수배된 베트남 조폭들을 잡으려 공사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당하지만 우연히 송지원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자신이 6년 전 체포에 실패했던 간첩단을 잡기 위해 송지원을 이용키로 하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다. 송강호와 강동원의 조화는 이 장면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이 일이 좀 바빠, 난 돈 잘 버는 게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거든 …. 너는 장가가면 마누라한데 잘 해”(이한규가 송지원에게) “서울에 친구 없어요. 여자는 관심없고요!”(송지원이 이한규에게)
국정원 요원으로 일하며 결국 이혼당한 이한규가 송지원의 가족에 얽힌 사연을 알지 못한 채 내뱉는 대사다.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지만 아직 의심을 버리지 못한 두 사람이 오랜만에 휴가를 맞자 송지원은 무심히 이에 대꾸한다.
송강호는 실제로 두 자녀의 아빠이다. ‘의형제’ 속에서 딸아이를 영국으로 떠나보낸 것처럼, 송강호도 아이들을 해외로 공부시킬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곁에 두고 “좋은 아빠로 남기 위해” 그는 그 계획을 포기했다.
강동원은 이제 서서히 만개하기 시작한 할일 많은 배우로서 그는 “연애는 하고 싶지만 만날 시간이 없어 고민이다”고 말한다.
# “너 때문에 부하 잃고, 직장 잘리고, 가족하고 헤어졌다. 그래도 너 때문에… 지원이를 만났지”(이한규가 암살자 ‘그림자’에게)
마침내 그토록 쫓던 남파 공작원이자 암살자인 ‘그림자’(전국환)에게 이한규는 복수심과 송지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분노한다. 영화의 절정으로 치닫는 이 장면은 결국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서서히 가까워지는 이한규와 송지원의 우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의 관계처럼 송강호와 강동원 역시 ‘의형제’를 촬영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갔다. 송강호는 “강동원의 인간적인 매력이 캐릭터에 투영됐다”면서 “강동원은 마치 영감님 같다. 정말 편안하게 느껴지는 후배이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동원 역시 송강호가 “무서운 배우다. 굉장히, 엄청나며 무시무시하다. 동물적으로 연기한다”며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