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계주 실격…무엇이 문제?
휴이시, 실격판정…벌써 금 2개 빼앗아이번엔 레이스 방해죄?… 객관성 논란
반칙선수 지목 김민정 “이건 정말 아냐”
의문 하나, 만약 한국이 아니라 개최국 캐나다가 그랬어도 똑같이 실격판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한국쇼트트랙여자대표팀이 25일(한국시간)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처분을 받았다. 호주인 제임스 휴이시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중국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죄목(?)을 적용했다.
실격이 옳은가, 그른가는 속성상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주관은 처한 입장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작용한다. 게다가 체조 양태영 사태에서 봤듯 한번 판정을 내리면 나중에 오류가 드러나도 바꾸지 않는 곳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즉, 실격의 타당성을 따져봤자 현실적으로 정답도 실익도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실격 사건의 핵심은 ‘민족 정서’에 있다. 이미 경기력만 논하면 동계올림픽 선진국인 한국이 메달 하나에 목을 매달 만큼 마음이 각박해서가 아니라, 행여 이 ‘박해’가 강대국이라 할 수 없는 한국 국적이라서 당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안쓰러움이 서려있어서다.
실제 한국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트라우마를 겪었다. 김동성의 금메달을 한국인 누구도 의심치 않았지만 실격이 선언됐다. 졸지에 금메달의 주인은 미국인 아폴로 안톤 오노로 둔갑됐다. 당시의 허탈감은 반미정서까지 촉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전의 골 세리머니가 증명한다.
동기유발자 오노는 공공의 적 취급을 받았지만 정작 부조리의 ‘몸통’은 심판들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 사건의 주심 휴이시는 8년 후 똑같은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한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휴이시가 누구인가? 논란의 2002년 판정 이후 2년을 쉬었다. 공식 인정은 안했지만 오심에 관한 간접징계라 볼 수 있다. 이후 비디오 판독이 등장했다. 그러나 2004년 복귀한 휴이시가 심판을 맡은 국제대회에서 유독 한국의 실격은 잦았다. 그 전력을 익히 알기에 결선을 앞두고 조심을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또 빌미가 잡혔고, 그는 비디오 판독 뒤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휴이시가 ‘훔쳐간 금메달’만 2개째가 됐다.
순식간에 올림픽 5연패의 영광이 실격의 좌절로, 금메달이 노메달로, 환희의 눈물이 비통의 피눈물로 바뀐 선수들. 휴이시가 반칙선수로 지목한 김민정은 “나는 지금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억울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미니홈피에 한(恨)을 남겼다. 또 이은별은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조해리는 “분명 우리가 1등이야. 하늘아 오늘만큼은 너무 밉다. 눈물난다, 정말”이라고 썼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