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빙속 장거리 강국 네덜란드의 충격

입력 2010-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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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보다 낮은 나라. 운하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다. 미국에서는 보통 홀랜드라고 부른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강국이다. 네덜란드인들에게 스피드스케이팅은 문화이고 종교이며 내셔널패스타임이다. 국내에서는 축구 감독 거스 히딩크로 네덜란드가 축구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이 사실상 국기다.

스피드스케이팅은 하계올림픽의 육상과 같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다. 12개의 메달로 크로스 컨트리 스키와 함께 동계종목 최다 메달이 걸려 있다. 24일(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의 마라톤 남자 1만m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스벤 크라머는 뼈아픈 레인 바꾸기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 현재 네덜란드인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 금메달이 떼논 당상처럼 보였다가 사라졌으니 그럴 만하다. 크라머의 실격으로 네덜란드는 1만m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4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메달 획득과 역대 동계올림픽 메달 분포를 보게 되면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는 25일 현재 금메달 3, 은메달 1, 동메달 2개를 획득하고 있다. 6개의 메달이 모두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나왔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금메달리스트는 국가적 영웅이다. 1500m에서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를 제치고 우승한 마크 튜이터트는 다음날 밴쿠버의 하이네켄홀에서 수천여명의 네덜란드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축하를 받기도 했다.

역대 동계종목 메달 역시 96%가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현재 네덜란드가 동계올림픽에서 얻은 메달은 총 84개다. 이 가운데 81개가 스피드스케이팅이다. 피겨 종목에서 3개를 추가한 게 전부다. 네덜란드는 특히 남자 장거리에서는 독보적이다.

이유가 있다. 요즘은 맥이 끊어졌지만 네덜란드의 11개 도시를 잇는 빙상의 마라톤 대회가 1997년까지 열렸다. 장장 200km 코스의 대회였다. 네덜란드인들이 스피드스케이팅을 종교처럼 여기고, 장거리에 강한 배경이다. 요즘도 일반인들은 수십km를 마치 자전거 타는 것처럼 스케이팅을 한다.

네덜란드의 남자 1만m 첫 금메달은 1976년 인스브루크대회에서였다. 종전에는 빙상 강국 노르웨이, 스웨덴, 미국 등이 메달을 나눠가졌다. 인스브루크대회에서 네덜란드에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은 실업자로 목수 직업을 갖고 있었던 피에트 클라인이었다. 그는 노르웨이의 세계기록 보유자 스텐 스텐슨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중에 마라톤 스케이터가 된 클라인은 댄 젠센의 코치로 활약한 바 있다.

이제 스피드 스케이팅에는 단체전 2개의 메달이 남아 있다. 네덜란드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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