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성열.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두산 이성열(26·사진)의 급성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9번의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5(26타수 10안타), 3타점, 2홈런. 두산 김경문 감독도 “(이)성열이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초구를 기다리고, 두 번째 볼은 커트해서 불리한 카운트로 몰아갔다가 허무하게 삼진을 당했었는데 올해 그런 모습이 거의 없어졌다”고 칭찬했다.
이성열은 2004년 LG에 입단 당시부터 좋은 체격조건과 펀치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 그는 달라졌다. 신경식 타격보조코치는 이성열의 변화에 대해 “훈련방식을 바꾸면서 타격폼이 수정됐고, 그 폼이 체화하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성열의 보물상자? 두산 이원석(왼쪽)이 왼발을 상자 위에 올려놓고 신경식 코치가 올려주는 공을 치고 있다. 이성열이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비결도 티배팅과 토스배팅 때 이같은 ‘상자특훈’으로 하체를 고정했기 때문이다.
두산 타격코치진은 스프링캠프에서 스윙할 때 고개가 움직이고 팔로만 방망이를 휘두르던 이성열의 타법을 고치는데 주력했다. 비법은 티배팅이나 토스배팅 때 작은 상자를 발로 밟은 상태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게 하는 것. 하체가 조금만 흔들려도 상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다리에 힘을 풀 수 없다는 게 신 코치의 설명이다. 효과는 탁월했다. 이성열은 변화구에는 아직 약한 모습이지만 매 경기 안타, 홈런을 뽑아내며 거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자특훈’ 효과가 나타나자 팀내 다른 선수들도 상자를 밟고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성열이가 빛을 볼 때가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규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이성열이 지금과 같은 타격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이성열∼김현수∼김동주∼유재웅으로 이어지는 막강타선 구축이라는 김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