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X세대 주자 최희섭은 개성 뚜렷한 후배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스스로 담금질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은 G세대와 X세대 선후배의 그 담금질로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개성 자기애 강해 호통보다 격려를…
무슨 일이든 즐기며 거침없이 도전
무슨 일이든 즐기며 거침없이 도전
한국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최희섭은 야구계의 대표적인 X세대 스타.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X세대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미국 X세대와 달리 확고한 인생의 목표를 갖고 살아왔다. 최희섭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이전 어떤 동양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이 되겠다는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일본의 홈런왕 마쓰이가 미국에 건너간 것도 그보다 1년 뒤였다.
X세대는 G세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X세대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더 개인주의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G세대에 놀라며 때론 그들과 갈등한다. 후배로, 후임으로, 동료로서 G세대와 가장 밀접하게 소통해야 하는 것 역시 X세대의 몫이다.
○군대보다 엄격한 타이거즈와 G세대와의 소통
KIA 타이거즈는 선수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팀에서도 G세대는 분명 눈에 띈다. 나지완은 MP3 겸용 선글라스로 음악을 들으며 훈련을 하고 이용규는 멋지게 콧수염을 길렀다.
최희섭은 “우리 때는 야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G세대는 다르다. 야구를 즐긴다. 개성이 강해 일방적으로 야단치면 싫어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도 변했다”고 말했다. KIA의 변화는 파격적이었다. 여전히 선후배 관계는 엄격하지만 나이가 20년 차이 나는 이종범과 안치홍이 스스럼없이 대화한다.
최희섭은 “G세대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행동도 많이 한다. 하지만 팀의 규율을 어기지 않고 예의를 지키면 선배들도 후배들을 존중한다. 특히 먼저 다가가 소통하려 하자 그들의 생동감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G세대는 날아다닌다
최희섭은 미국에서 우리의 G세대보다 훨씬 더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동료들과 마주한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의 팀워크는 자기가 알아서 잘하면 팀도 잘 된다는 주의다. 우리에게도 그런 성향이 조금씩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G세대는 자신의 탤런트를 다 표출한다. 예전에는 선배 눈치 보며 주눅이 들곤 했지만 G세대는 자신감이 넘친다”면서 “20대 초중반 후배들에겐 먼저 칭찬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G세대는 한마디 격려에 자신의 능력을 몇 배 이상 발휘한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이청용 그리고 프로야구 G세대
최희섭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용기, 도전정신에 또 한 번 놀랐다.
“대단했다. 거침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정말 많구나 생각했다. 프로야구 G세대도 그들처럼 더 무한한 도전으로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