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는 우즈를 용서했다

입력 2010-04-12 15: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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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2010 마스터스 베스트5



1. “돌아온 우즈 보자”…입장료 웃돈 껑충·시청률 47%↑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144일 간의 공백을 깨고 필드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말, 의문의 교통사고를 시작으로 10여 명의 여성들과 터진 섹스 스캔들, 아내와의 이혼 위기 등 혼란의 시기를 겪었던 우즈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린 마스터스를 통해 복귀했다.

우즈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최경주(40)와 함께 공동 4위로 경기를 끝냈지만 4일 동안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옛 모습 그대로였다. 페어웨이를 반쪽으로 가르듯 날아가는 드라이버 샷과, 그린에 정확히 착지하는 아이언 샷, 홀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만들어내는 이글 퍼트는 갤러리의 환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우즈의 인기는 TV 시청률에서도 드러났다. 복귀전이었던 1라운드는 지난해보다 무려 47% 증가한 496만 명이 시청했다. 마스터스 입장권의 가격도 우즈가 복귀하는 당일에는 최고액에 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로 ‘우즈 효과’를 봤다.

우즈의 복귀전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렇다고 모두 용서한 건 아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빌리 페인 회장은 “우즈가 어린이들의 롤 모델이 돼 주기를 기대했던 우리를 실망시켰다. 앞으로도 우즈는 경기력이 아니라 개과천선하겠다는 진정성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2. 앤서니 김 3위·최경주 4위·양용은 8위…‘코리안 돌풍’

74회째를 맞은 마스터스에서는 유난히 코리언 돌풍이 거셌다.

첫날부터 양용은, 최경주, 앤서니 김이 리더보드 상단을 꿰차면서 바람이 일었다. 코리언 돌풍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2∼3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작년 PGA 챔피언십을 떠올리게 했다. 어느 한 사람도 선두권에서 이탈하지 않으며 우승 사정권을 지켰다.

1라운드에서는 양용은의 활약이 돋보였다. 필 미켈슨과 같은 조에서 경기를 시작한 양용은은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2위를 기록했다. 2∼3라운드에서는 최경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우즈와 함께 경기에 나선 최경주는 이틀 동안 3타를 더 줄이면서 공동 3위로 선두를 위협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는 앤서니 김이 폭발했다. 3라운드에서 1타를 잃고 주춤 했던 앤서니는 이날 무려 7타를 줄이면서 단독 3위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그린재킷을 입는 데는 실패했지만 머지않아 마스터스에서도 한국인 우승자가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3. 미켈슨 “누가 새가슴이래!”…아내와 짜릿한 우승키스

‘2인자’‘새가슴’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필 미켈슨은 이제 그 누구에게도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 것 같다.

2002년과 2004년에 이어 올해 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되면서 벌써 세 번째 우승 기록을 갖게 됐다.

2005년 PGA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하면 메이저 통산 4승째다.

마스터스를 통해 보여준 미켈슨의 플레이는 그린재킷을 입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4라운드 중반까지 드라이버 샷이 흔들렸던 미켈슨은 10번홀에서 최경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곧 안정을 찾았다.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12번(파3)과 13번홀(파5)에서 터진 버디다. 공동 선두를 허용한 상황에서 12번홀의 쉽지 않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13번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 나무 사이로 떨어져 그린 공략이 쉽지 않았지만 기가 막힌 아이언 샷으로 온 그린을 성공시켰다. 이 두 홀에서의 멋진 샷은 결국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지난해 아내와 어머니가 동시에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는 힘든 시기를 겪었다. 이때 미켈슨은 필드를 떠나 아내와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이날 미켈슨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아내 에이미가 가족과 함께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4. 커플스·왓슨 아들 뻘 선수와 실력경쟁 ‘베테랑 투혼’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보여 준 톰 왓슨의 투혼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아들 뻘 후배들과 우승경쟁을 펼친 그의 모습은 좋은 교훈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왓슨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다시 한번 투혼을 발휘했다. 캐디로 나선 아들과 함께 마스터스를 누빈 왓슨은 최종성적 공동 18위에 그쳤지만 메이저 8승과 PGA 통산 39승을 올린 베테랑의 건재를 과시했다.

우리 나이로 쉰을 넘긴 프레드 커플스의 활약도 눈부셨다. 장갑을 끼지 않고 스윙하는 특이한 모습으로 유명한 커플스는 미국 골프팬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다.

첫날 6언더파 66타를 치며 단독 선두에 오른 커플스는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까지 넘봤지만 끝내 그린재킷을 입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2언더파 70타로 선전을 펼치며 6위에 올라 마스터스를 뜨겁게 달궜다. 왓슨과 커플스는 4라운드 동안 우즈와 미켈슨 못지않은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5. 우즈 4개·미켈슨 3개·앤서니 김 2개…이글 퍼레이드

4-3-2.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앤서니 김이 기록한 이글 숫자다.

오거스타의 코스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살짝 대기만해도 몇 m는 굴러가는 유리알 그린이 스타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조금만 그린을 벗어나면 워터해저드와 벙커로 빠지게 조성된 코스 설계는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오거스타의 코스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잘 다독이고 적절하게 공략하면 쉽게 타수를 줄일 수 있는 홀도 많다. 그래서 진기명기에 가까운 샷이 많이 나온다. 첫날 우즈는 2개의 이글을 뽑아냈다.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하루에 2개의 이글을 뽑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마지막 라운드 7,8,9번홀에서 이글-버디-버디로 3홀에서 4타를 줄이며 갤러리를 열광케 만들었다. 3라운드에서는 필 미켈슨이 13번(파5)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이글 쇼를 펼쳤다. 앤서니 김도 이글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1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각각 1개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모두 마스터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명장면들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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