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두산이 붙으면 적어도 본전 생각은 안 나게 만들어준다. 흥미진진하든, 들이박든, 반전극이든, 비극이든 하여튼 뭐 하나는 남겨놓는다.
김성근 감독이 SK에 부임한 2007시즌부터 SK와 두산의 갈등라인은 프로야구의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요약하면 ‘양은 두산, 질은 SK’로 정리된다. 정규시즌에서 수차례 두산이 잽을 퍼부었고, 포스트시즌에 가서도 그로기 상태까지는 몰아붙이지만 카운터펀치를 맞고 번번이 무너져 내렸다.
2007년 한국시리즈는 2승무패로 앞서나가다 4연패로 역전 당했다. 3차전 빗속의 벤치 클리어링이 물줄기를 뒤바꿨다. 4차전에서는 SK 김광현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반대로 리오스는 무너졌다. SK의 2연패 후 4연승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다. 2008년 한국시리즈도 1차전을 이긴 두산이 내리 4연패했다. 특히 4·5차전은 거의 다 뒤집은 경기를 병살타로 망쳤다. 5차전 패배 직후 두산 김현수가 흘린 눈물은 두산 팬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압축한다.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는 2연승을 해놓고 3연패를 당했다. 삼세번을 내리 이렇게 당하다보니 두산은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고 SK만 만나면 항상 비장하다. 반대로 SK는 “언제나 중요한 경기는 우리가 다 이겼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우월감을 지니고 있다. 이런 미묘한 정서는 곧 양팀이 붙으면 작은 구실로도 큰 싸움으로 번지는 불씨를 내재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