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SK 임훈 “쾅!” 7년 설움 날린 이 한방

입력 2010-04-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알고 보면 SK도 ‘화수분 야구’를 한다. 20일 잠실 두산전의 깜짝 스타 임훈이 0-2로 뒤진 7회초 2사 1루에서 동점 2점 홈런을 쏘아올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SK서 7년간 1군 경력 고작 10경기
제대 후 신고선수 신분 다시 유니폼
두산전 대수비 출장 첫 안타가 투런
“임훈이 대체 누구야?”

20일 잠실 두산과의 리턴매치. 연승가도를 달리는 SK로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선발 글로버가 두산 타자들에게 2점을 먼저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해결사는 임훈(25)이었다.

사실 이날 임훈의 출장은 예정에 없는 일이었다. 단지 조동화가 대타 이재원과 교체됐고, 박재상이 허리근육통으로 빠진 상태에서 좌익수 자리에 유일하게 나올 수 있는 선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5회 수비로 나선 그는 첫 타석이었던 7회 2사 1루에서 상대투수 고창성의 135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겼다. 딱 소리와 함께 날아간 타구가 관중석에 떨어지자 그는 두 손을 번쩍 들며 포효했다. 2039일만에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을 뿐 아니라, 7년 무명의 설움을 한 번에 씻는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임훈은 2004년 2차 5번으로 지명돼 올해로 7년째 SK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러나 야구팬들에게 그의 얼굴은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임훈이 1군에서 뛴 건 데뷔 해 10경기가 고작. 성적도 10타수 2안타로 초라했다. 이후 줄곧 2군에 머물렀고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가정사까지 겹쳐지면서 야구를 포기할까 고민했고, 아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무명선수로 그렇게 사라지는 듯했다.

임훈은 2006년 군대에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녹록치 않았다. 경찰청 입대에 실패했고, 상무 입단 시기까지 놓치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1년 동안 허송세월한 것. 그는 2007년 구단에 요청해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며 2년 동안 군 복무에 매진했다.

그러나 제대 후에 임훈은 신고선수 신분으로 다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야구는 운명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묵묵히 땀을 흘리는 그를 주목했다. 임훈은 개막전 엔트리에도 등록됐고, 4월 1일 잠시 말소됐지만 박재상의 부상으로 좌익수 자리가 비자 14일 다시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홈런을 때리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경기 후 임훈은 “극적인 하루였다”며 얼떨떨해 하고는 “오늘을 계기로 다시 야구를 한다는 기분으로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잠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