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펑고 달인 야신…SK 외야는 철벽

입력 2010-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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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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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지옥캠프 4일간 집중 수비훈련
임훈엔 내기까지…“난 죽다 살아났다”
전력분석팀, 수비시프트 지원도 한 몫


SK 김성근 감독(사진)은 ‘펑고의 달인’이다. 스스로가 잘 친다고 자찬할 정도니 받는 사람의 고역은 오죽하겠는가. SK 최일언 재활코치의 현역 시절 기억이다. “1983년 OB 입단 첫해 규율을 어긴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운동장에 불러내 펑고를 받게 했다. 꾀부리는 스타일이 아닌데 20∼30분 받다보니 몸과 생각이 따로 놀더라. 몸살이 나 1주일을 앓았다.” 그로부터 27년 후, ‘김성근 펑고’가 SK 철벽 외야의 밑거름이 될 줄이야.

○SK 지옥캠프, 그 절정의 4일

SK 외야수 임훈은 그 4일을 떠올리자 고개부터 가로로 저었다. “어휴, 죽다 살아났다.” SK의 고지캠프는 4일 훈련, 1일 휴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딱 4일(1텀)만 끄집어내 외야수비 훈련에 집중한다. “외야에 나 혼자만 서 있는 거다. 감독님이 직접 공을 친다. 그러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 어디라도 타구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계속 뛰어다녀야 된다. 그렇게 하루에 공 2∼3박스를 받아야 된다. 마지막 공 1개를 남기면 가끔 감독님이 ‘내기’를 건다. 그 공을 잡아서 홈에 스트라이크로 던지라는 요구다. 그렇게 되면 훈련을 끝내주고 만약 못하면 1박스 더 받아야 된다.” 그럼 임훈은? 원 바운드로 정확히 넣었다. “내 생애 그렇게 신중하게 던진 홈 송구는 처음이었을 거다.” 임훈의 어깨 능력을 간파한 김 감독이기에 이런 내기를 걸었을 테지만.

‘세포까지 기억하도록’이라는 말이 있다. SK의 기계와 같은 치밀한 수비는 무한 반복학습의 결정체에 가깝다. 한때 반쪽선수였던 최정과 정근우는 지금은 떠난 후쿠하라 코치가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우연은 필연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

SK의 홈런 캐치도 요행이 아니었다. 일부러 외야펜스 앞에 야수를 세워놓고 코치들이 펜스 너머로 공을 치거나 던진다. 펜스 바로 앞에서 혹은 펜스에 올라타서 넘어가는 공을 건져 올리는 자기만의 대처 요령을 습득하는 것이다. 방식은 각기 편한대로다. 임훈은 왼손으로 펜스를 대면서 점핑 타이밍을 잡는다. 이밖에 펜스 직격타의 원바운드 펜스 플레이 수비 등, 시뮬레이션을 설정하고 훈련한다. 중계플레이 때, 선수들이 약속된 자리에 없으면 벌금을 무는 팀이 SK다.



SK 전력분석팀이 추출해내는 수비 시프트도 한몫한다. SK의 팀 방어율은 29일까지 2.69였다. 흔히 방어율을 두고 ‘수비지원에 좌우된다’는 비판이 있다. SK 수비의 촘촘함을 보자면 그런 말도 일리 있는 것 같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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