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골프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밝다?
지난 9일 제주 오라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아마추어 유망주의 돌풍이 거셌다.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한정은(17·중문상고3)과 김효주(15·육민관중3)는 쟁쟁한 프로 선배들 사이에서 대담한 플레이를 펼치며 차세대 스타의 가능성을 높였다.
제주도 출신 한정은은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인 끝에 김혜윤(21·비씨카드)에 2타 뒤진 8언더파 208타로 2위에 올랐다. 15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16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역전을 허용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한정은의 플레이는 갤러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추어로서 가장 최근에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2005년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의 신지애(22·미래에셋)였다. 한정은이 우승했을 경우 신지애 이후 4년7개월28일 만의 아마추어 우승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한정은은 2008년부터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골프명문 육민관중에 재학 중인 김효주는 제2의 신지애로 평가받는다.
공동 3위에 오른 김효주는 6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초등학교 2학년 때 지역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제주도지사배와 KB국민은행배 여자아마추어, 중고연맹회장배, 익성배, 정암배 등 5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같은 날 경기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주니어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이수민(17·육민관고2)과 김시우(15·육민관중3) 등은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 갤러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 중인 이수민은 올해 실력이 부쩍 좋아져 기존 국가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4월5~9일 열린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 우승에 이어 이번 매경오픈에서도 아마추어 부문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선발 배점에 따라 두 대회에서만 250점(매경오픈 200점, 제주도지사배 50점)을 획득해 독주 중이다.
김시우는 제2의 노승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4회, 준우승 4회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시절 강원도 속초에서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 등과 연습하며 실력을 키웠다. 300야드에 가까운 장타와 중학생답지 않은 침착한 플레이가 장점이다.
이날 프로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주니어 선수 대부분은 모두 10대 중후반으로 3~4년 후 프로 무대에서 이름을 떨칠 미래의 스타들이다. 당장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박세리에 이어 ‘세리 키즈’가 세계무대를 평정한 한국골프는 새로운 유망주의 등장으로 더욱 희망이 넘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