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LG ‘야생마’ 길들이기 8년 걸렸다!

입력 2010-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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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서승화. 스포츠동아DB

서승화 두산전 5.1이닝 무실점…데뷔 8년만에 첫 선발승
구속 줄이자 컨트롤 안정…파이터 기질 마운드서 쏟아내


얄궂게도 올 시즌 3번의 선발 등판이 모두 잠실 두산전이었다. LG 박종훈 감독은 “일부러 두산전에 맞춘 것이 아니라 우천취소로 로테이션이 밀렸다”고 설명했지만 투수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 두산은 5월 5일 어린이날 경기에서 4이닝 동안 10안타(1홈런) 4실점하며 조기 강판된 아픈 기억이 있는 팀. 그러나 LG 서승화(31·사진)는 21일 두산과의 리턴매치에서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프로 통산 2승째이자 2219일만의 승리. 2002년 입단 이후 9년째에 기록한 첫 선발승이다.

서승화는 한때 구속 156km를 찍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늘 컨트롤에 있어 2가지 문제가 따라다녔다. 하나는 공 컨트롤이었다. 큰 키에서 나오는 빠른 공 때문에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볼 컨트롤이 안 되다보니 몸에 맞는 볼이 많아졌고 ‘던지는 투수가 아닌 맞히는 투수’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그는 그동안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경기 외적인 문제로 말썽 많았던 야생마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올 시즌 서승화는 파이터 기질을 마운드 위에서 쏟아내는 진짜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직구구속을 140km 중반대로 떨어뜨리면서 제구력에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도 5.1이닝 동안 6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의 강력한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 무사만루를 만들며 위기를 자초했지만 병살플레이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서승화는 “5회 승리에 대한 생각에 힘이 들어갔지만 위기 상황마다 (조)인성 형의 패턴대로 갔던 게 주효했다”고 모든 공을 돌리고는 “이제는 팀을 생각해서 행동할 나이다. 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9년만의 선발승에 대해서는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벅차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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