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박지성, “‘절친’ 테베스도 적일 뿐…해줄 말 없다”

입력 2010-06-15 14: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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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싸울 상대에게 해줄 말 없는데요.”

허정무호의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은 냉정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친구는 그에게 적일뿐이었다.

지난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은 이듬해 입단했던 프랑스 출신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와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사이가 됐다.

이후 2007년 카를로스 테베스(26.아르헨티나)도 맨유의 일원이 되면서 박지성, 에브라와 함께 ‘절친 삼형제’를 구성했다. 세 이방인은 서로의 생일을 챙겨줄 정도로 각별하게 지냈고, 경기장에서도 항상 같이 모여 훈련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월드컵까지 우정이 지속될 수는 없는 법. 아무리 절친한 친구일지라도 적으로 만난다면 꺾어야하는 상대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박지성은 명확한 선을 긋고 있었다.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러스텐버그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인 헌터스레스트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

이날 박지성은 테베스와 맞붙는 것에 대해 “싸우는 상대에게 할 말이 없다”고 자른 뒤 “테베스는 기록적으로 세계 최고의 스타이며 우리에게 위협적인 상대다. 그러나 한 명의 선수를 막는다는 것보다 팀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에는 테베스 말고도 막아야할 상대가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팀은 ‘마라도나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리오넬 메시 봉쇄가 신경이 쓰인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많은 선수들이 그 선수를 막지 못했고 우리도 힘겨울 것이다. 그러나 경기 당일 우리 팀의 조직력이나 컨디션 등을 고려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수비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메시 봉쇄법에 관해 묻자 박지성은 “글쎄요. 수많은 팀들이 메시를 막지 못했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한 선수를 막는다기보다 얼마나 수비 조직력을 갖추고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메시와 세 번째 대결이라는 질문에는 “나나 메시나 다른 소속팀에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전 결과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전에 어떤 경기 펼쳤는지 상관없이 월드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대 적응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데이터를 받아봤는데 얼마나 좋은 모습이 기록으로 나오는지 선수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고지대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성은 “첫 경기를 이김으로써 대표팀 분위기가 상승세에 있다. 그러나 상대가 세계최고의 팀인 만큼 개인 뿐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도 준비를 잘해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필승의지를 다졌다.

한편, 누리꾼들은 지난 그리스전에서 후반 추가골을 넣은 박지성의 골 세리머니를 보고 ‘봉산지성’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세리머니가 봉산탈춤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박지성은 “봉산탈춤이 아니다. 아무 의미 없이 자연스럽게 한 것이다”고 머쓱해했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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