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전 1-0으로 이겨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른 남미 칠레가 북중미 온두라스를 제물로 기분 좋은 첫 승을 챙겼다.
2월 531명의 생명을 앗아간 강진의 슬픔을 월드컵으로 치유하려는 칠레 국민들의 염원이 첫 승 기쁨으로 이어졌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칠레(FIFA랭킹 18위)는 16일(한국시간) 넬스프루트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온드라스(38위)와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장 보세주르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전반 3분 마티아스 페르난데스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는 등 수차례 상대 골문을 위협하던 칠레의 선제골이 터진 건 전반 34분. 마우리시오 이슬라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땅볼 패스를 골문 앞에 있던 수비수가 걷어냈고, 그 볼은 혼전상황서 돌진하던 보세주르의 몸에 맞고 골네트를 흔들었다.
세리머니 때 보세주르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손짓을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통산 8번째 꿈의 무대에 진출한 칠레는 남미예선(2위)에서 브라질보다 1골 적은 32골을 몰아쳤고, 최근 A매치 10경기서 8승2패를 거두며 일찌감치 다크호스로 지목받았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지휘했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칠레 국민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고 달콤한 승리를 선물했다.
칠레는 이날 승리로 온두라스와의 역대 상대전적에서 4승2패 우위를 이어갔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통산 2번째 꿈의 무대를 밟은 온두라스는 포로피리오 로보 대통령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또 게임 시청을 위해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는 등 이번 월드컵에 남다른 기대를 가졌지만 좌절을 맛보고 말았다.
온두라스는 1970년 멕시코 대회를 준비하다 엘살바도르와 감정격화로 실제 전쟁까지 치렀을 정도로 남다른 축구 열정을 가진 나라. 하지만 별다른 인상적인 장면조차 연출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