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경기장면 휴대폰 저장
보고 또 보고…지독하게 열공2010남아공월드컵 현장에서는 선수들이 경기장에 도착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공개됐다. 많은 선수들이 귀에 이어폰을 꼽고 경기장에 들어선다.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노래를 듣는 선수들이 많다.
이영표(33·사진·알 힐랄)도 마찬가지.
남아공에서 그의 핸드폰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답지 않게 최신 유행하는 노래를 가득 담아 두었다. 경기장으로 갈 때뿐 아니라 이동 중에도 항상 노래를 들으며 지루함을 달랜단다.
하지만 그의 핸드폰에는 노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상대해야 할 팀들의 경기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들어있었다.
자신이 궁금한 장면을 자주 보기 위해 이런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숙소에서 상대 팀 경기 장면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대표팀은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전을 앞두고는 전력 분석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상대를 철저하게 연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표는 개인적으로 동영상을 계속 보면서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것이다. 대표팀 전력분석관은 “이영표 선수가 개인적으로 찾아와 동영상을 부탁했다. 그의 연구하는 자세를 보면서 이영표가 왜 세계적인 수비수로 활약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표 이외에도 몇몇 선수들이 핸드폰 등 개인용 휴대 장치를 활용했다는 후문. 태극전사들은 개인 컨디션 조절 이외에도 치밀한 준비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그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