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플라멩코, 전차군단 혼 뺐다

입력 2010-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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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네덜란드와 운명의 결승전
‘무적함대’의 위용은 대단했다.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8일(이하 한국시간) 더반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후반 28분 푸욜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전차군단’ 독일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12일 오전 3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네덜란드와 대망의 결승전을 갖는다.

○ 징크스를 깨다

이번 승리는 스페인에 각별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13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으나 유독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호’‘최강’이란 각종 수식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1950브라질월드컵에서 4위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항상 ‘운이 없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이번에 실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징크스를 모조리 깬 것도 남달랐다.

스페인은 유독 독일에 약했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 양 팀 역대 전적에서 스페인은 6승6무8패로 밀렸고, 월드컵에서는 1무2패의 열세였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1-2로 독일에 진 스페인은 82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1-2로 무릎을 꿇었다. 1994년 미국 대회 조별리그에서 격돌한 양 팀은 1-1로 비겼고, 나란히 16강에 오른 바 있다.



스페인은 2008유럽선수권에서 독일을 결승에서 1-0으로 꺾고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선 데 이어 또 다시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었으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반면, 독일은 잃은 게 너무 많았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0년 만의 정상을 노렸지만 스페인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독일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만족해야만 했다.

○ 화려함이 ‘실리’ 잡다

남아공월드컵의 특징 중 하나로 뒷문부터 철저히 단속한 뒤 골 사냥에 나서는 ‘실리 축구’가 꼽힌다.

그러나 스페인은 ‘실리’가 아니다. 공격에 올인하던 스페인의 전통 스타일에 정교한 패스를 통한 높은 볼 점유율과 공수의 완벽한 밸런스를 결합시킨 델 보스케 감독은 여전히 화끈하고 화려한 플레이를 강조한다.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이끌던 그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비록 페르난도 토레스는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았으나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잡고 있던 후반 35분에 투입시켜 끝까지 공격적인 흐름을 이어가려 했다.

최근 4경기 연속 골(5득점)을 사냥했던 스트라이커 다비드 비야를 원 톱으로 이니에스타-페드로 등을 공격진에 포진시킨 스페인은 초반부터 독일을 강하게 몰아쳤다. 최종 볼 점유율은 5대5로 거의 대등했지만 하프타임 이전까지는 거의 7대3으로 압도했다. 독일은 평소와는 달리 지나치게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요아힘 뢰프 감독은 수비로 일관하던 경기의 양상을 바꾸기 위해 얀센을 후반에 투입해 반전을 꾀했으나 골은 오히려 스페인의 몫이었다.

후반 중반이 갓 지날 무렵, 사비가 왼쪽에서 띄운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푸욜이 방향을 살짝 바꿔 놓는 헤딩으로 승부를 갈랐다. 스페인의 ‘공격 앞으로’ 전략이 독일의 ‘실리 축구’에 승리한 셈이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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