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6월은행복했다] ‘A급포상’ 받은 염기훈 “다시 해도 왼발로 찰 것…”

입력 2010-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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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스포츠동아DB

염기훈. 스포츠동아DB

꿈의 월드컵 무대 첫 경험 염기훈 “어, 내가 A급 포상이라니…”
지성형 백업으로 준비했는데 주전출전
그리스전 천당갔다 아르헨전 지옥갔다

아르헨전 득점찬스때 왜 실축했냐고요?
오른발 적응안돼 왼발로 차서 그렇죠염기훈(27·수원)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별리그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좋은 활약으로 팀의 완승을 뒷받침했지만 두 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친 탓에 심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첫 번째 밟은 꿈의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염기훈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월드컵 개막 이전에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고 그 누구보다 이를 악물고 뛰었다는 그에게 월드컵 첫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벅찬 첫 월드컵 출전의 기억

그리스와 경기를 하루 앞둔 날(6월11일), 염기훈은 주전 팀에 속해 훈련했다. “내가 진짜 선발로 나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입버릇처럼 “전 지성이 형의 백업멤버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경기 당일 오전 미팅에서 염기훈은 주전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염기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좋아했다. 나도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가슴이 벅찼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염기훈은 그리스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이 경기장을 누볐다.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훈련할 때처럼 마음이 편했다.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같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왼발을 쓸 것 같다

염기훈은 아르헨티나전 후반 초반에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쳤다. 만약 그가 골을 성공시켰다면 2-2 동점이 되면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오른발로 찼으면 각도 등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쉬운 골이 나올 뻔 했지만 그는 왼발 아웃 프런트로 슛을 해 옆 그물을 때렸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왜 오른발로 슛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염기훈이 왼발잡이이긴 했지만 오른발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예전부터 오른발 슛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을 해도 적응하기 힘들었고, 사실상 포기했다”고 그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앞으로도 계속 오른발을 사용하는 훈련을 할 생각이냐”고 묻자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같다. 왼발로 더 잘 골을 넣도록 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왼발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의 웃음으로 털 수 있었던 아쉬움

아르헨티나전 이후 염기훈은 계속해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지만 팬들의 거센 비난 때문에 힘들어할 가족들도 걱정됐다. 이래저래 잠을 설치며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했다. 선수들이 위로했지만 아르헨티나전 장면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말 덕분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단다.

“허 감독님이 웃으면서 농담처럼 그 상황에 대해 말씀 하시면서 토닥여 주셔서 힘이 났다. 만약 아무 말을 안 하셨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한결 편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염기훈은 말했다.

○(김)남일이형 16강 못 갔으면 나만큼 욕먹었을 듯

염기훈과 김남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동병상련이었다. 결정적인 실수로 팬들의 비난을 많이 받았다.

아르헨티나전 종료 이후 위로를 받았던 염기훈은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한 김남일을 위로했다. “남일 형이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16강 진출로 그나마 위로가 됐던 것 같다. 만약 우리가 16강에 못 갔다면 남일 형이 나만큼이나 많이 욕을 들었어야 했는데 천만 다행이다”며 가볍게 웃었다.

둘은 대표팀 동료라는 사실 이외에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염기훈의 아내를 소개시켜준 사람이 김남일이다. 때문에 둘은 서로가 힘들 때 더 가까이서 위로하고 다독였다고 한다.

○또 한번 놀란 A급 월드컵 포상

염기훈은 뒤늦게 월드컵 포상금을 확인한 뒤 다시 한번 놀랐다. 자신이 3경기에 선발로 나섰지만 교체 출전도 있었고, 아르헨티나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B급으로 분류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통장을 확인하고 나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A등급으로 분류돼 예상보다 많은 포상금을 받았다. 아내도 함께 기뻐했다고. 염기훈은 “이제부터 슬슬 포상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염기훈에게는 포상금보다 더 기쁜 사실이 있다. 대표팀에서 합류한 뒤 부상 없이 돌아왔다는 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 그는 대표팀에서 항상 부상과 함께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월드컵 기간 동안 부상이 없어서 더 마음이 편했다. 수원으로 와서 아직까지 팀에 보탬이 못 됐는데 이제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분간은 해외진출을 생각하지 않고 리그에 전념할 계획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염기훈 프로필
출생=1983년 3월30일 신체=182cm, 80kg 소속팀=수원 삼성 포지션=FW, MF 출신교=성덕초-논산중-강경상고-호남대 프로데뷔=2006년 전북 현대 입단 A매치 출전 및 성적=38경기 출전 3골 A매치 데뷔=2006년 10월8일 가나전(친선경기, 서울) A매치 첫 골=2007년 6월29일 이라크전(친선경기, 서귀포) 대표 경력=2007년 아시안컵, 2008년 동아시아대회, 2010 남아공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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