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심술…이유있는 ‘샷의 변덕’

입력 2010-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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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프 시간·날씨에 울고 웃는 선수들
경기시간 달라 실력외 변수 많아
아무리 프로라지만 ‘고무줄 타수’

3R부턴 선수들 치열한 순위싸움
성적 롤러코스터 현상 비일비재
‘무명’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이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날씨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끝난 대회에서 웨스트호이젠은 날씨의 덕을 가장 잘 본 선수 중 한명이었다. 2라운드에서 오전 일찍 경기에 나선 웨스트호이젠은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최상의 날씨에서 경기를 치렀다. 강풍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에서 이런 날씨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성적도 좋았다. 2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추가한 웨스트호이젠은 이 성적을 마지막까지 잘 지켜내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반면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오후에 경기를 시작하면서 강풍과 싸우는 험난한 경기를 치렀다. 당연히 성적은 최악으로 이어졌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의 코스레코드 타이기록까지 세웠던 맥길로이는 이날 8오버파 80타로 무너지고 말았다. 제 아무리 컨디션에 변화가 있더라도 프로선수가 하루 사이에 17타의 타수 차를 보이긴 쉽지 않다. 결국 이날의 성적을 만회하지 못한 맥길로이는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골프경기에서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바로 티오프 시간과 날씨다. 언제 경기를 시작하느냐는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2일부터 펼쳐진 미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티오프 시간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1라운드에서 오후에 출발했던 김송희는 2라운드에서 오전조로 출발했다. 티오프 시간은 1라운드에서 오전에 출발하면 2라운드에서 오후에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4위였던 김송희는 2라운드에서 무려 3타를 까먹어 공동 21위까지 떨어졌다. 스윙이나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날씨에 발목이 잡혔다. 오전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등 경기의 흐름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폭우로 인해 페어웨이와 그린의 상태까지 바뀌면서 코스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오전에 플레이한 선수들 대부분이 오버파 성적으로 끝냈다.

반대로 이날 오후에 경기를 시작한 선수들은 비교적 평온한 날씨 속에 플레이를 하면서 언더파 성적이 쏟아졌다. 골프는 모든 선수들에게 동일한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 경기하지만 같은 시간에 한꺼번에 경기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 배정을 잘 받는 것만으로도 몇 타의 이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를 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순위싸움 치열한 ‘무빙데이’

또 다른 변수가 ‘무빙데이(Moving Day)’다. 골프경기는 대개 4라운드로 진행된다. 1,2라운드 경기를 통해 3,4라운드 진출자를 가린다. 1라운드는 코스탐색, 2라운드는 예선통과에 중점을 두고 3라운드부터는 본격적인 순위싸움이 펼쳐진다. 따라서 성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는 데 이를 무빙데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톱10에 들기 위해 3라운드에서 공격적인 스타일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3라운드 무빙데이에 선두권이 모두 자리를 이동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

2라운드까지 1위였던 미야자토 미카(일본)는 2타를 잃고 공동 6위로 내려앉았고, 2위였던 글래디스 노세라(프랑스)는 무려 4타를 까먹으면서 공동 21위까지 미끄러졌다. 반면 모건 프레셀(미국)과 신지애(22·미래에셋),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은 상승세를 그리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무빙데이에 대한 잘못 알려진 정보도 있다. 일반적으로 무빙데이와 파이널 라운드(4라운드)에서는 핀의 위치가 어렵게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1∼4라운드 동안 전체 18홀의 난이도는 똑같게 이뤄진다. 코스 세팅 기준에서 그린의 난이도는 홀의 위치에 따라 1∼4점까지 산정한다. 가장 쉬운 게 1, 가장 어려운 게 4이다. 1∼4라운드 동안 홀의 난이도를 전부 합했을 때 48이 되도록 세팅한다. 무빙데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렵게 핀의 위치를 설정하지는 않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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