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의 야생일기] 넥센 찬가, 하늘에서 영원히 외치길…

입력 2010-07-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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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화수 씨를 추억하며
모처럼 출장도 야근도 없는 날이었다. 퇴근길 휴대전화로 프로야구 중계를 봤다. 이리 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부진했던 넥센이 크게 앞서고 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문뜩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문자를 보냈다. ‘넥센이 이기고 있네요. 빨리 돌아오셔야죠.’ 그러나 얼마 전부터 답장이 늦거나 아예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 메시지가 왔다. ‘고마워요. 7월말이나 8월초에 야구장에서 꼭 만나요.’

며칠 후 야구장에서 노트북을 켰다. 경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무렵, 메신저 로그인 알림창이 떴다. 그 사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자판을 두드렸다. ‘야구 보고 계시죠?ㅋ ㅋ 이제 곧 7월입니다. 다시 뵐 날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메신저 답도 문자만큼 느렸다. ‘예 감사해요! 지금 야구장이시죠? 저도 가고 싶네요 ㅎ’

그와 약속한 7월말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야구장에 오지 않는다. 넥센 홍보팀 이화수 대리는 지난달 25일 영원한 휴식의 길로 떠났다.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지난 겨울 잠시 휴직했다는 말과 함께 “걱정 마세요. 많이 괜찮아졌어요. 빨리 완쾌하고 돌아가려고 휴직했어요”라고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날 이후 그를 직접 만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전화통화도 힘들어졌다. 안부를 물을 겸 전화를 하면 받지 않고 몇 시간 후 전화를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양해를 구하는 문자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날은 출장도 야근도 없었다. 한달에 두세 번 밖에 없는 오후 6시 퇴근. 습관처럼 지하철에서 프로야구를 보려고 휴대전화를 꺼내는데 전화가 울렸다. 이화수 대리의 영면을 알리는 전화였다.

문상을 하고 장례식장에서 “얼마 전까지 문자도 주고받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라고 입을 떼자 뜻밖의 말이 들린다. “사실 얼마 전부터 가족들이 말을 듣고 대신 문자메시지 답을 해줄 정도였다. 암이 급속히 전이되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었구나, 고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약속했던 7월말. 항상 밝게 웃으며 팀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화수 대리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야구경기를 꼭 챙겨봤다고 한다.

지금도 야구경기가 열리면 이화수 대리는 꼭 어디선가 넥센을 응원하고 있을 것 같다.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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