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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준혁(41)은 이미 은퇴발표 전부터 상대 팀에서 좌완투수가 선발등판하는 날이면, 배팅볼 투수로 나서 후배들을 돕곤 했다. 후반기부터는 특타보조까지 자청하며 ‘도우미’ 역할의 영역을 넓혔다. 8일 잠실 LG전. 상대투수는 좌완 더마트레. 경기 전, 양준혁이 어김없이 마운드에 섰다. 배팅볼 수 십 개를 소화한 다음에는 자신의 타격훈련까지. 덕아웃에 들어 온 양준혁은 땀범벅이 됐다. “당연히 힘들죠.” 푸근한 미소와 함께 돌아온 답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김현수-손시헌(이상 두산) 콤비의 궁합에서 보듯, 배팅볼 투수와 타자의 호흡은 중요하다. ‘꺼지는’ 공보다는 ‘쭉’ 살아 들어오는 공이 때리기 편하다는 설명. 박석민은 “양준혁 선배 배팅 볼이 치기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형우는 “양준혁 선배는 공을 치고 나면, 순간 내 폼을 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원포인트 레슨을 통한 맞춤형 애프터서비스. 선배가 후배에게 타격조언을 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양준혁 같은 ‘타격의 달인’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후배들도 더 귀담아 듣고 쏙쏙 받아들인다. 박석민 역시 같은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최형우는 1-0으로 앞선 2회초 2사2루에서 더마트레를 상대로 좌월 2점홈런을 뽑아내며 선배의 노고에 화답했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