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트는 당근…구단 자율에 맡겨!”

입력 2010-08-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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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계에서 메리트는‘공공연한’비밀이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메리트의 효과는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메리트 제도가 ‘쉬쉬’하며 시행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양성화 시키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지만, 경기결과와 관련한 것은 연봉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중지급이라는 반론도 있다.스포츠동아DB

메리트(승리수당)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장의 소리 들어보니…
▶메리트 왜 하는가?

대부분 구단 팀승리·홈런 등 연봉외 수당 내걸어

선수들 가외수입 개인·팀 성적향상 확실한 동기
정해진 연봉 이외의 수당, 즉 가욋돈을 프로야구에서는 흔히 ‘메리트’로 부른다. 각 구단별로 메리트를 실시하는 구단도 있고, 형편에 따라 하지 못하는 구단도 있다. 선수들의 경우, 당연히 소속팀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민감한 돈의 문제라 이해관계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천차만별이다. ‘짠구단’으로 소문난 모 구단 소속 선수는 돈 많이 풀기로 소문난 다른 팀 선수들에 대해 “부럽다”는 말도 하고, 또 다른 선수는 “어차피 프로는 돈인데, 못 쓰는 팀에 소속돼 있는 내가 운이 없는 것”이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얼마나 하나?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메리트제를 실시하지 않는 구단은 두서너팀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메리트제의 특성상, 구단은 말을 아끼고 선수들도 웬만해선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리트의 형식은 다양하다. 경기별 메리트도 있고, 개인별 메리트도 있다. 경기별 메리트는 3연전에 걸 수도 있고, 특정 상대팀에 대한 승리시 보통 때보다 배를 주는 경우도 있다. 3연승 때는 2000만원, 4연승 때는 3000만원처럼 연승에 따라 올라가는 시스템도 있다. 이 금액은 선수에게 나눠 지급된다. 개인별로는 홈런을 쳤을 때, 승리 투수가 됐을 때 일정액을 주는 형식이다. 금액도 구단별로 물론 차이가 있다. 지급방법도 다르다. 월급처럼 통장 입금하는 구단도 있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단도 있다. 메리트가 당근이라면, 반대로 채찍으로 볼 수 있는 ‘벌금’도 존재한다.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을 때 얼마, 실책시 얼마를 내놓는 걸 얘기한다.

메리트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상황이라 여러 소문만 무성하다. 모 구단의 경우, 그 지역 5만원권이 바닥이 났다는 풍문도 있고, 또 다른 팀은 “제법 많은 돈을 쓰는데, 구단이 ‘입단속’을 잘 해 소문만 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쩐의 힘은 확실하다?

“올해 우리팀은 메리트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모 팀 단장은 “메리트제의 경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별 메리트의 경우, 경기 출장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같은 1군에 있더라도 게임에 못 나가는 선수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돈에 있어서는 1,2위를 다투는 모 구단은 특정 라이벌팀에 대한 메리트 등을 걸어도 워낙 성적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돈을 챙기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메리트제의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보는 게 대부분이다. 가외 수입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력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 구단 단장은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메리트제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며 “성적 향상의 한 요소에 어느 정도 메리트제가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수도권 팀 소속 한 선수는 “8개 구단 선수들끼리는 어떻게 메리트를 받고 있는지 다 안다”면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했다. 돈을 풀어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한 구단의 경우 ‘타이밍을 잘 맞춰 주는 것 같다’는 게 다른 팀 단장의 말이다.


○2008년 초 단장회의에선 무슨 일이

▶메리트 막을 순 없나?

형편 어려운팀은?…08년 “메리트 없애자” 합의

“프로=돈, 지키지도 못할 약속”…1년만에 깨져

메리트제는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때부터 존재했다. 금액 차이가 있고, 구단별로 조금씩 달랐을 뿐이지 80년대에도 승리를 거두거나 홈런을 칠 때에는 가욋돈이 지급됐다.

주목할 것은 2008년 초 단장회의 결과. 형편이 어려운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입성과 때를 맞춰 메리트제에 골머리를 앓던 각 구단 단장들은 메리트를 없애자는데 합의했다. 2008년에는 ‘그룹에서 나오는 격려금은 예외로 하자’고 했고, 지난해 회의 때는 “격려금 자체도 메리트니까 그것도 없애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단장회의 약속이 언제나 그렇듯 이 룰은 곧 깨졌다. 지난해 두 구단이 메리트제를 대놓고 실시했고, 이 두 구단이 ‘위반시 벌금 3000만원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자’는 페널티 이행을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단간 합의는 깨졌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8개 구단 단장들은 워크샵에서 “메리트제에 대한 건 구단 자율로 한다”고 다시 입을 모으게 됐다.

지키지도 못할 합의를 하고,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구단간 불신의 골만 깊어졌다. 기본적으로 프로는 돈이고, 돈 있는 구단이 자체적인 룰을 적용해 메리트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제재할 수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장은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자체가 잘못이다”면서 “메리트제는 각 구단이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다. 한국적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금액이 얼마가 됐건 그건 구단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일본과 미국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메리트제를 실시하지 않는 구단은 시민구단 형식으로 운영되는 히로시마 정도다. 연봉이 많기로 소문난 요미우리 역시 각종 메리트를 통해 가욋돈을 지급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한국식 메리트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인회 등 구단 공식 행사에 나갔을 때 수당을 받는 건 있어도 경기 중에 관련된 결과에 대해 돈을 받는 경우는 없다. 연봉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고, 올해 잘한다면 내년 연봉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 메리트 시스템에 대해 ‘독특한 문화’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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