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성실+열정…‘투 스트라이크 인생’ 두산 이성열의 역전포

입력 2010-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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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를 꼭 빼닮은 이성열의 호쾌한 타격. 두산에서 팀내 홈런 1위를 달리며 데뷔 8년 만에 숨겨진 실력을 꽃 피우고 있는 이성열은 “늦게 자리 잡은 만큼 마흔 살까지 야구 하고 싶다”며 연일 그라운드에서 땀을 쏟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성열의 힘 - 땀방울
타고난 강철체력…훈련량 단연 톱
데뷔 8년만에 주전 우익수도 꿰차
팀내 최다 홈런…첫 100안타 눈앞

이성열의 꿈 - 홈런왕
추신수폼 벤치마킹…타이밍 잡아
초구부터 공략…삼진 먹어도 OK!
‘미래의 거포’ 내년엔 30홈런 쏜다

두산 이성열(26)이 데뷔 8년 만에 숨겨놓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24일 현재 19홈런과 71타점으로 홈런 7위, 타점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현수, 김동주와 함께 홈런은 팀내 1위이고 생애 첫 한 시즌 100안타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성열의 미니 홈피에는 ‘내 인생은 투 스트라이크다’라고 써 있다. 항상 긴장하며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는 선수다. 그의 성실성과 엄청난 훈련량은 코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성열이 두산의 중심타자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한 시즌 30홈런도 칠 수 있고, 언젠가는 홈런왕에도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성열을 주목하자. 그의 거친 스윙이 정교하게 다듬어진다면 프로야구는 또 한명의 슈퍼스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성열아! 집에 가자.

이성열은 팀내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은 선수다. 그는 훈련만이 1군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홈경기 때 이성열은 낮 12시에 야구장에 나온다. 실내훈련장에서 1시간 동안 기계배팅을 한다. 보통 500개를 때린다. 팀훈련을 소화하고 경기를 마치면 다시 실내에서 타격훈련을 한다. 두산 신경식 타격코치는 “항상 마지막에 남는 선수는 성열이다. 선수가 훈련하는데 코치가 먼저 갈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성열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과 강한 체력이다. 스스로 엄청난 훈련을 감당하는 것도 체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하다. “노력하는 선수를 이겨낼 장사는 없다. 내년에는 30홈런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신 코치의 생각이다.


○삼진 1위! 제가 성적 내는 이유죠!

올해 이성열은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삼진을 당했다. 113개. 4타석에 한번 꼴이다. 타석에 서면 이성열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휘두른다. 유인구에 당하기 일쑤고 좋은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차이도 크다. “삼진을 두려워했다면 올해 성적은 없었을 거예요. 적극적인 타자가 발전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성열의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상대투수 분석이다. 매일 밤 그는 상대투수를 동영상으로 체크한다. 눈이 나빠진다며 컴퓨터를 피하는 그가 컴퓨터를 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항상 상대를 분석하고 타석에 들어서는데 몸이 잘 안 따라주네요.” 이성열이 “제가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하며 묻는다. “홈런 쳤을 때?” “두 번째고요. 유인구를 골라내고 볼넷 나갈 때요.” 데뷔 8년 만에 이성열은 처음 풀타임을 뛰고 있다. 이성열은 삼진을 당하면서 배워가고 있다. 그에게 삼진 1위는 값진 기록이다.


○추신수형 폼을 배웠죠.


올해 이성열의 폼은 클리블랜드 추신수를 닮았다. 추신수처럼 오른발을 한 템포 빠르게 내딛으면서 공을 보는 준비자세에 여유를 갖게 된 것. “타이밍이 늦어 고민이 많았는데 신수형의 폼을 보고 저 폼이면 되겠다 생각했죠.” 지난해 말부터 스프핑캠프 기간 동안 하루 1500개 이상의 스윙을 하면서 추신수의 스트라이드를 몸에 익혔다. 타격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했다. 이성열이 올해 홈런이 많아진 것은 추신수의 폼을 벤치마킹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프로를 만들어준 일본 2군 선수


이성열은 2006년(당시 LG)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 갔다. 함께 훈련한 선수 가운데 니혼햄의 2군 투수가 있었다. 1주일에 6일 훈련. 매일 200∼300개의 피칭을 하는 그는 팔이 성치 않았고 휴식이 필요했다. “쉬지 않고 왜 그렇게 하느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죽을 정도로 힘들만큼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 않느냐?” 그날 이후로 이성열의 생각도 달라졌다. “솔직히 같은 프로선수로서 부끄러웠어요. 저의 생각을 바꾸어준 친구죠.”


○내 인생은 투 스트라이크다!

이성열의 미니 홈피에 적힌 문구다. 이성열은 “두산의 우익수 자리는 전쟁터”라고 했다. 정수빈, 임재철, 민병헌, 유재웅 같은 좋은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투 스트라이크라는 긴장감이 없으면 언제 밀려날지 몰라요. 항상 집중해야죠.” 이성열은 야구를 하고 한번도 아파서 쉬어본 적이 없다. 탄탄한 체격도 있지만 남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게 더 큰 이유다. 2008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2년 동안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주전 가능성도 안 보이고 실력도 안 늘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도 이성열의 마음은 투 스트라이크다.


○꿈은 40세까지 야구 하는 것!


LG 트윈스의 김정민 포수를 가장 존경한다. 프로선수로서 귀감이 되는 선배이고 힘들 때 항상 격려해주는 좋은 선배였다. “김정민 선배처럼 40살까지 뛰는 게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이성열은 올 시즌 자신의 성적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약점이 많아요. 그런데 성적은 기대 이상으로 나왔죠.” 생애 첫 100안타와 20홈런, 80타점이 그의 올 시즌 목표다. “1000안타와 100홈런은 꼭 치고 싶어요. 한해 반짝이 아니라 꾸준하게 잘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내년에는 30홈런도 가능!


이성열은 야구가 전부다. 특별한 취미도 없고 오로지 야구생각뿐이다. 그가 최근 들어 낚시를 계획하고 있다. “낚시찌와의 거리가 마운드와 비슷해 타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양준혁의 말 때문이다. 이성열은 무한가치의 선수다. 그는 한 시즌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이고 언젠가는 홈런왕도 노려볼 수 있는 힘이 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노력하는 선수라는 점도 그의 커다란 자산이다. 아직 이성열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성열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거포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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