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의 야생일기] 윤석민 빈볼에 욕하고 물병던지는 초등생 ‘씁쓸’

입력 2010-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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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그날’ 사직에 있었다. 롯데 조성환이 KIA 윤석민의 공을 피하지 못해 쓰러진 순간 이렇게 큰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의도적인 빈볼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고 윤석민은 곧바로 달려가 미안함을 표현했다. 공에 맞은 조성환도 괜찮다고 했다. 다행히 큰 부상도 아니라고 하니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경기장 내부의 일을 감정싸움으로 몰고간 롯데 프런트, 악플러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다. 윤석민은 심적 괴로움에 잠시 공을 놓았고, 조성환도 예기치 못한 갈등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에이스를 잃은 KIA팬, 팀의 정신적 기둥이 크게 다칠 뻔한 롯데팬 모두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할 가장 큰 피해자가 또 있다. 이날 경기장을 나오다가 고사리 손에 응원도구를 들고 걸어가는 초등학생들을 봤다. 한참 들떠 이날 경기를 되새기던 한 명이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아까워죽겠어. 아까 그 아저씨가 던진 물병 잘 하면 OOO새끼 정통으로 맞출 수 있었는데.” 그러자 돌아오는 말이 더 가슴아프다. “맞아. 내가 던진 음료수병 그물에 걸린 것도 너무 아까워. 조금만 더 세게 던졌어도 넘어갈 수 있었는데. 하하하.”

20여년 전 또래 친구들과 손잡고 다닌 야구장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옆자리 아저씨는 어린이들이 옆에 있건 말건 신나게 줄 담배를 피웠다. 경기장 밖에는 소주팩을 숨겨가기 좋게 눌러서 팔았다. 5회가 지나면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종종 싸움을 했다. 어떤 날에는 쓰레기통에 불을 질러서 던지는 아저씨들도 있었는데 아직도 그 광분에 휩싸여 악을 지르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학교에서 범죄라고 배운 행동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던 야구장.

안타깝게도 24일 사직에 있던 어린이들은 20년 전과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경험했다. 어쩌면 아이들의 기억에 평생 남을 수 있는 24일 사직구장. 같은 장소에 있었던 어른으로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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